29일 오후 경주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대한민국(KOREA) 한복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주시민 박수정 씨(42)는 29일 경북 경주시 교동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 ‘한복 패션쇼’를 관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한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은 그는 “각국 정상 배우자들이 한복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했다.
경북도와 경주시, 한국한복진흥원은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8시까지 ‘한복, 내일을 날다’를 주제로 패션쇼를 열었다. 천년고도가 APEC 무대로 변신한 이날, 수상 런웨이를 따라 한복의 색채와 곡선이 빛을 타고 흐르며 세계 각국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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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경주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대한민국(KOREA) 한복패션쇼’가 열린 가운데 김혜경 여사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복 패션쇼는 3막으로 구성됐다. 1막 ‘과거-한복, 천년 금빛으로 깨어나다’에서는 신라고취대의 연주와 함께 왕과 왕비의 대례복, 귀족 복식 등 30벌의 신라풍 한복이 선보였다. 신라 금관과 불국사 단청, 첨성대 문양 등에서 영감을 받은 황금빛 의상들이 고도의 품격을 재현했다.
하이라이트는 2막 ‘현재-한복, 오늘 활짝 피어나다’였다. 나비 한 마리가 ‘5한(韓·한식·한복·한옥·한지·한글)’을 지나 한복을 입는 여성으로 변신하는 영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이번 APEC 기념 한복이 처음 공개됐다. 남성복은 구혜자 침선장이, 여성복은 강미자 명장이 제작했으며, 상주 함창 명주에 한글과 구름 문양을 더해 한국의 미를 살렸다. APEC 정상 한복 시제품과 기념 한복 등 27벌을 입은 모델들이 수상 런웨이를 걷자 객석의 외국인 관람객들은 “원더풀(훌륭하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박후근 한국한복진흥원 원장은 “문화로 연결되는 APEC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각국의 선호 색상과 오방색을 조화시켜 국가별 정체성을 반영했다”며 “지속 가능한 문화, 세계 속 한복을 표현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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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앞으로 한복은 단순한 전통의상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문화산업의 상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복으로 여는 글로벌 콘텐츠 시대
29일 오후 경주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대한민국(KOREA) 한복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경북은 우리나라 한복 문화의 원류로, 비단·삼베 등 원료 생산부터 제작까지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전국 유일의 손명주 생산지인 경주 두산명주마을과 2021년 설립된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이 그 기반이다. 이번 패션쇼는 이런 전통문화의 뿌리를 세계로 확장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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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