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루왁 커피’의 비밀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사향고양이의 장 속 발효 과정이 풍미를 높이는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광고 로드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두로 알려진 ‘루왁(Luwak) 커피’가 왜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과학적 이유가 밝혀졌다.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 발효가 커피의 풍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루왁 커피는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가 섭취한 커피 열매의 씨앗(원두)을 배설물에서 채취해 만든 커피다. 커피 재배가 본격화되던 19세기, 동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네덜란드가 커피 유통을 통제하자 현지인들이 사향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마신 데서 유래했다.
이후 루왁 커피의 특유한 우유향과 부드러운 맛이 알려지면서 원두 1kg이 1000달러(약 138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세계적인 고급 커피로 자리 잡았다.
● “일반 원두와 화학적 구조 달라”…풍미 강화 성분 더 많다
광고 로드중
그 결과,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크기가 크고 지방 함량이 높았다. 또한 풍미를 높이고 우유향을 내는 카프릴산(Caprylic acid)과 카프르산(Capric acid) 메틸에스터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됐다. 반면 단백질과 카페인 함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장 속에서 자연 발효”…‘부드러운 향’의 과학적 근거
아라비카 원두를 먹고 있는 사향고양이의 모습.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누 박사는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에서 효소 작용과 발효가 일어나 커피콩의 화학적 구성이 바뀐다”며 “이 과정이 루왁 커피 특유의 부드러운 향과 풍미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즉, 커피콩이 ‘소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단백질 분해와 미생물 작용이 동시에 일어나 일반 원두보다 풍미가 깊어지고 쓴맛이 줄어드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 치솟는 가격 뒤엔 ‘동물 학대’ 논란도
페타 아시아가 공개한 사향고양이 학대 현장. 일부 업체는 사향고양이를 가둬두고 원두만을 먹이로 주며 루왁 커피를 채취하고 있었다. (출처=PETA 제공)
동물권단체 페타 아시아(PETA Asia)는 인도네시아 발리 지역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많은 사향고양이가 스트레스로 자해하거나 탈모 증상을 보이지만,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윤리적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야생 수집 루왁’과 ‘사육 루왁’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