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행안위 국감서 증인으로 만나 明 “김영선이 吳에 연애편지 보내”… 외면하던 吳, 웃음 터뜨리기도 특검, 내달 8일 대질조사 방침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명태균 씨(왼쪽)가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명 씨의 답변을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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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오 시장과 마주했다.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시장이 명 씨의 주장에 일절 대응하지 않아 직접적인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명 씨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오 시장이 미소를 짓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 明 “일곱 번 만나”… 오 시장은 ‘피식’
오 시장은 이날 오후 3시경 국감장에 들어섰다. 먼저 입장한 명 씨는 변호인과 함께 여유로운 태도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른 증인인 헬스트레이너 양치승 씨에게 말을 건넸다. 오 시장은 명 씨 쪽에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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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정말 일곱 번 만난 게 맞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명확히 밝히겠다”며 명 씨를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내내 오 시장은 명 씨를 외면했지만, 명 씨의 발언이 이어지자 간간이 표정으로 반응했다. 명 씨가 “오 시장이 내 앞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게 해달라며) 울었다”고 말하자 오 시장은 미소를 지었고, “(오 시장으로부터) 아파트를 받기로 했다”는 주장에는 웃음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연애편지를 보냈다”고 발언하자 오 시장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김 전 의원이) 무엇을 매일 보냈는지 말해 보라”는 명 씨의 말에 오 시장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명 씨를 바라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2021년 오 시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는 검찰 포렌식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오 시장이 명 씨를 만나주지 않자 여러 문학적 시구를 인용하여 오 시장에게 보낸, ‘명 씨를 꼭 만나 달라’는 호소성 문자였다”고 말했다.
● 다음 달 8일 특검서 明-吳 대질신문
오 시장과 명 씨는 다음 달 8일 김건희 특검에서 대질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명 씨는 국감 전 백브리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특검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질은 오 시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특검은 당초 18, 19일 오 시장 단독 출석을 조율했으나 시 국감 일정과 겹치자, 오 시장 측이 “직접 대질을 원한다”고 밝혀 일정을 미뤘다. 오 시장 측은 “수사 초기부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해 왔고, 허위 주장에 대해 직접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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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 씨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올해 3월 오 시장의 집무실과 공관을 압수수색했고, 5월에는 오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오 시장 측은 “명 씨와는 두 차례 만난 뒤 관계를 끊었으며, 여론조사 결과도 전달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명 씨를 증인으로 부른 것을 두고 “국감을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국감에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안정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