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제2회 인상주의 전시회를 본 미술평론가 알베르 울프는 이렇게 썼다. “대여섯 명의 미치광이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여자.” 그 ‘미치광이 여자’가 바로 베르트 모리조였다.
모리조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그 대신 개인 교습을 받아 언니 에드마와 함께 화가가 됐다. 살롱전에도 여섯 번이나 통과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에두아르 마네를 만나면서 인상주의자로 방향을 틀었다. 여덟 번의 인상주의 전시 중 일곱 번을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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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여인을 보여준다. 빛과 어둠, 자유와 속박, 전통과 혁신의 경계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모리조 역시 그 경계 위에서 스스로의 길을 택했다. 미치광이라 불렸지만, 그 ‘미친 선택’이 결국 새로운 예술의 문을 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