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는 9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1단계 휴전안을 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며 X(옛 트위터)에 합성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출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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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협상 타결에서 인질 석방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영어 표현을 살펴봤다. 11일 곧 인질들이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고조됐다. CNN은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I’ve been through these)”면서도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I’m holding my breath)”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한 시민은 “매우 긴장된다(feel a pit in my stomach)”고 했다. ‘hold one’s breath’는 숨을 참을 만큼 기대나 긴장감을 갖고 소식을 기다리는 상황에 쓰는 표현이고, ‘a pit in the stomach’는 창자가 꼬일 정도로 초조한 감정을 나타낸다.
12일 하마스 측이 “합의된 대로 13일 수감자 교환을 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가자 평화구상’을 제안한 트럼프의 돌파력이 1차 결실을 맺은 셈이다. CNN은 트럼프가 “yes를 거머쥐고(grabbed the yes)”, “but을 묵살했다(steamrolled over the but)”고 표현했다. ‘grab the yes’는 ‘기회를 포착하다(grab an opportunity)’를 응용한 표현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쪽에서 긍정적 반응이 왔을 때 트럼프가 그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뜻이다. ‘steamroll over’는 ‘…을 압도하다, 묵살하다’는 뜻으로, 트럼프가 ‘그렇지만(but)’이라며 타결에 조건을 달려는 이들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협상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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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에는 이스라엘 인질 석방과 팔레스타인 포로 교환이 이뤄졌다.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적적인 일을 이뤘다(succeeded in doing something miraculous)”, “미국을 다시 운전석에 앉혔다(brought America back again to the driver‘s seat)”라며 트럼프를 극찬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한 뒤 이집트로 날아가 유럽과 중동 30여 개국 정상들을 ‘병풍’ 삼아 가자 평화정상회의 휴전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언론은 이런 트럼프의 일정을 ‘victory lap’이라고 불렀다.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한 레이서가 장내를 한 바퀴 돌면서 환호에 답하는 관습에서 나온 표현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나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 등이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상황을 ‘take a victory lap’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질과 포로 석방은 평화협정의 1단계(phase one) 이행일 뿐, 하마스의 무장 해제(disarmament)와 가자지구 통치구조(governance) 등을 둘러싼 이견 조율은 훨씬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풀기 어려운 문제(sticking points)”들로, 당분간 “옆으로 제쳐 놓은(be pushed to the side)” 상태다.
NPR 뉴스캐스터인 자일스 스나이더는 “휴전이 계속 유지될지는 지켜볼 일(We’ll have to see if the ceasefire sticks)”이라며 “평화와 안보는 스위치를 켜듯 켤 수 있는 게 아니다(not a switch you can just turn on)”라고 평했다. ‘stick’은 합의, 결정, 정책 등이 ‘오랜 기간 유지되다’는 뜻이다. 1단계 휴전안이 발효된 지 며칠 만에 벌써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 인도 문제, 가자지구 내 하마스와 라이벌 세력 간 유혈 분쟁 등 잡음이 들리고 있다. 스나이더 말대로 “현시점에서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it’s very fluid at this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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