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산소 공급 아이디어가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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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의 노벨상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막힌 기도나 손상된 폐로 인해 산소 공급이 어려운 환자에게 직장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구하는 이 기술의 인체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 첫 임상시험 결과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의학 학술지 ‘Med’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인체 대상 첫 데이터이며, 시술의 안전성만을 입증한 초기 결과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성이 확인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혈류로 산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를 평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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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내 산소호흡(Enteral Ventilation)’이란?
이 기술은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 있는 액체를 관장(enema)처럼 직장을 통해 주입하여, 대장을 통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를 혈류로 전달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폐 대신 장(腸)이 숨을 쉬는 것처럼 산소를 공급받는 원리다.
돼지 대상 초기 연구 결과가 2021년 Med 표지 논문으로 처음 공개됐으며, 캐나다 과학 다큐 프로그램 ‘The Nature of Things’에서도 소개됐다. 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연구진은 2024년 이그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만약 현재 추진 중인 임상시험에서 성공한다면, 기도가 손상되거나 폐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응급 산소공급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술은 의학적으로 크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 낯설지만 오래전에 나온 발상
이 기술의 영감은 미꾸라지(loach)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꾸라지는 물에서는 아가미로 수면의 산소를 삼키고 진흙탕 같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장 점막을 통해 산소를 직접 흡수하는 ‘장 호흡’이 가능한 대표적인 수생 생물이다.
또한 이 연구는 과거 신시내티 소아병원 연구자 리랜드 클라크(Leland Clark, 1918~2005) 박사의 업적을 계승한 것이다. 그는 과거 과불화탄소(perfluorocarbon) 기반 산소 운반액, 즉 오늘날 ‘옥시사이트(Oxycyte)’로 알려진 액체를 개발했다. . 액체이면서 공기처럼 폐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 물질은 실제로 1989년 영화 ‘어비스’(The Abyss)에서 쥐가 액체 속에서 ‘숨을 쉬는’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어비스’에서 쥐가 액체 호흡을 하는 장면.
■ 인체 시험 결과와 다음 단계
신시내티 소아병원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은 일본에서 27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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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시술을 견뎠으며, 복부 팽만감이나 불편함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주입한 액체는 관장과 동일하게 항문을 통해 배출했다.
연구진은 이제 산소가 주입된 액체를 사용하여 혈중 산소 포화도 향상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산소가 실제로 혈류로 전달되는 효율을 측정한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신생아의 호흡 보조 기술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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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케베 박사는 이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EVA Therapeutics‘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다음 임상시험의 시점은 연구 자금 확보 속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j.medj.2025.10088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