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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재건축 도입 5년, 착공 실적은 ‘0’

입력 | 2025-10-22 03:00:00

‘공공주도’ 강조 속 LH-SH 등 시행
대상 45곳 중 절반은 후보지 단계
가장 빠른 신설1구역 3월 299채 인가
“주민에 신뢰 주지 못한 결과” 지적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 주도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 5년이 다 되도록 착공 실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시행에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재건축은 전체 추진 구역의 절반 이상이 첫 단계인 후보지 지정 상태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주도 공급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9·7 공급 대책에서도 공공 주도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않으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 2곳 중 1곳은 여전히 후보지 단계

2021년 3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성동구 금호23구역은 여전히 후보지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948채의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해 3월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반대 비율이 30.3%로 후보지 해제 요청 요건(30%)을 넘었다. 이재국 금호23구역 민간재개발 추진위원은 “SH가 시행자로 선정되면 사업계획 등에서 주민대표회의와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규정상 SH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주민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지는 45곳, 6만1931채다. 첫 단계인 후보지 선정을 끝낸 곳이 23곳(51.1%)으로 2곳 중 1곳꼴이었다. 이후 단계별로는 △정비구역 지정 1곳 △사업시행자 지정 8곳 △시공사 선정 9곳 △통합심의 3곳 △사업시행인가 1곳이었다. 사업시행 인가 이후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실제로 착공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각각 2020년 5월과 8월 발표됐다.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배제 등 인센티브가 많았다. 하지만 속도가 가장 빠른 신설1구역 공공재개발도 올해 3월에야 299채 규모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후속 절차를 고려하면 일러야 내년 말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2월 도입된 공공 주도 도심복합사업도 현재까지 착공한 현장은 없다.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82곳 중 33곳(40.2%)이 철회하며 10곳 중 4곳은 없던 일이 됐다.

● ‘못 믿겠다’ 주민 불신 넘어야

국토부는 9·7 공급 대책과 후속 조치를 통해 공공 주도 공급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도심 복합사업은 용적률을 1.4배까지, 공공재개발·재건축은 1.3배까지 확대한다. LH의 사업부 간 인력을 조정하는 등 관련 인력을 늘리기 위한 LH 조직 개편 논의도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송교진 효창공원앞역 도심공공복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성공 실적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전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다른 도심복합사업지 소유주는 “동의서를 냈다가 마음이 바뀌어 철회하려고 했지만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공공기관이 벌써부터 주민 의견을 안 듣는 것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LH 직접 시행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업이 진행될 거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공 주도 개발은 인센티브가 아무리 커도 정부 입김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런 오해가 불식되지 않으면 LH 주도 공급도 공회전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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