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주요 범죄 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2025.10.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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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이 인접 동남아 국가에서 대만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표적을 옮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산하 기구가 다섯 달 전 우리 정부에 긴급 대응 필요성을 통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 정부가 조기 경보 신호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OHCHR은 올 5월 한국 정부에 ‘긴급 대응 필요성’을 통보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사기단지 내) 다양한 국적의 수십만 명이 온라인 사기나 범죄 조직 운영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는 2022년 11건에서 지난해 221건으로 22배 이상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 급증이 ‘예고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범죄단지 조성 초기에는 주된 표적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태국 등 캄보디아 인접국의 청년이었지만, 2022년 무렵부터 대만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까지 확산하는 구조적 패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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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베트남과 태국 당국은 1000명 이상의 자국민을 구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022년 대만과 일본 당국 또한 캄보디아 구직 사기에 대한 공식 경고문을 발령하고 피해자 구조 작전에 나섰다. 이 무렵 대만 당국은 캄보디아 당국과 협력해 144명의 자국민을 탈출시키기도 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정부는 상황을 ‘개별 사건’ 수준으로만 판단해 범죄 단지 확산의 구조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까운 국가인 대만·일본이 경보를 울리고 피해자 구조에 나섰고, 한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지만, 경보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AI·미래정책연구실장은 “범죄 대상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음에도, 일본과 대만은 빠르게 대응한 반면 한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이는 명백한 대응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