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코’, ‘비건’ 등 인조가죽임에도 친환경 제품인양 속이는 그린워싱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출처=뉴스1/게티이미지뱅크)
광고 로드중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조가죽 제품의 ‘친환경 허위 표시(그린워싱)’에 제재를 내린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시중 의류 매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쌀쌀해진 16일, 매대에 등장한 가죽 자켓에는 ‘Faux(포우) 레더’, ‘Vegan(비건) 레더’, ‘Synthetic(신세틱) 레더’ 등 서로 다른 명칭이 뒤섞여 있었다. 모두 인조가죽을 뜻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도 ‘비건 레더’를 식물성 재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폴리우레탄(PU) 소재로 만들어진 합성가죽”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로드중
● 매장 곳곳에 ‘포우 레더’…소비자 혼란 여전
10월 16일 서울 마포구 한 편집숍에 인조가죽 제품이 나열돼 있다. (출처=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포우, 신세틱, 비건 레더가 다 다른 종류인 줄 알았다”며 “일부 제품은 가격도 천연가죽만큼 비싸서 헷갈렸다”고 말했다. 20대 정모 씨 역시 “디자인 위주로 보느라 소재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며 “이름이 너무 많아 구분이 어렵다”고 했다.
● 모두 인조가죽인데 이름은 ‘천차만별’
광고 로드중
‘비건 레더’를 명시해두고 자켓을 판매하는 한 브랜드. 실제 상품 소재를 확인해보니 폴리우레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합성가죽(Composition Leather)이라 명시하고 있다. (출처=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서울 마포구 한 편집숍의 인조가죽 자켓. 상품명(왼쪽)을 보면 별다른 설명 없이 ‘레더’ 자켓이라고만 적혀 있지만, 상품정보(오른쪽)을 확인해보니 폴리우레탄 100%로 만들어져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다만 예외도 있다. ‘베지터블 레더’는 화학약품 대신 식물성 탄닌 성분으로 가공한 천연가죽이며, ‘풀그레인(Full-grain) 레더’는 동물의 원피를 그대로 살린 고급 천연가죽이다.
● 소비자 혼동 커지는데…“명확한 기준 있어야”
가죽 자켓을 즐겨입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 기자의 가죽 자킷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출처=AP/뉴시스)
광고 로드중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비건 레더라는 말은 친환경이라기보다 마케팅에 가깝다”며 “기술력 있는 인조가죽 제품이 늘고 있는 만큼, 소재별 명칭과 표시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