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열선루. 이순신 장군이 장계를 올린 곳으로, 정면 5칸·측면 4칸 규모의 누각이 고증을 거쳐 품격 있게 복원됐다. 보성군 제공
전남 보성군 보성읍 신흥동산에는 2021년 복원된 열선루(列仙樓)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장계를 올린 역사적 장소로 알려진 전통 누각 열선루의 계단 양쪽에는 ‘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위기 속에서도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깃든 곳으로, 보성군민에게는 자긍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 보성군민의 자긍심, 열선루
열선루는 15세기 초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국여지승람』 보성군 누정조에는 “보성 열선루는 보성읍성 객관 북쪽의 취음정(翠蔭亭)을 군수 신경이 다시 짓고 열선루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신경은 1486년부터 1492년까지 보성군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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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열선루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품격 있게 재현됐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로 원형을 그대로 살렸으며, 2.3m 높이의 화강석 장주초석과 외벌대 기단 위에 우물마루와 겹처마, 팔작지붕을 얹었다.
보성은 이순신 장군과의 인연도 깊다. 장인의 고향이자 부인 방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장군은 진도군수로 부임하기 전 보성군 관아에 들러 유숙하고 민정시찰 중 보성에 머무르기도 했다.
보성군은 열선루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일대를 역사·문화 체험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지난달 잔디광장과 담장, 야간 경관시설, 산책로를 완공하고 이름을 ‘열선루공원’으로 변경했다. 내년 초까지 호국전시관과 ‘호국의 문’을 건립하고 성곽도 복원할 계획이다.
노정이 보성군 문화관광실장은 “보성의 결의와 충의정신을 상징하는 열선루를 널리 알리고, 누구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생활형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역사와 차(茶)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보성군은 24일부터 사흘간 열선루공원 일원에서 ‘제1회 보성 열선루 이순신 역사문화축제’를 연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는 열선루공원 준공을 기념해 보성세계차박람회, 다~청년페스티벌, 국가유산 야행 등과 연계한 통합축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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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보성 열선루 이순신 역사문화제축제 홍보 포스터. 보성군 제공
청춘콘서트, 전자음악 댄스파티, 윤태호 작가의 드로잉 토크콘서트 등 청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 이순신 온라인 퀴즈대회, 청소년 공연, 다문화가족 장기자랑 등 세대가 함께 즐길 무대도 마련된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열선루 장계 쓰기 대회’도 눈길을 끈다. 전어·녹도·꼬막 등으로 구성된 ‘장군의 밥상’을 비롯해 열선루 주막, 읍성 주막, 글로벌 푸드트럭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24~25일에는 ‘국가유산 야행’ 프로그램이 열린다. 열선루공원-보성향교-오충사-방진관 일대를 잇는 야간 행사로, 미디어아트와 참여형 퍼포먼스를 결합해 보성의 국가유산을 색다르게 선보인다.
보성군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보성다향대축제, 서편제보성소리축제에 이어 열선루 축제를 ‘의향(義鄕) 보성’의 위상을 높이는 대표 축제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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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