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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천 위해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기고/이동규]

입력 | 2025-10-16 03:00:00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부교수


요즘 더 길고 무더워지는 여름을 보면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하반기는 우리나라 기후정책에 있어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세부 내용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효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와 감축 비용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다.

감축 목표는 높을수록 좋을까? 2030 NDC만 보더라도 주요국 대부분이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NDC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전력·가스 등 에너지 수급계획과 연계하도록 법제화했다. 비현실적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면 천연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원을 적정 가격에 충분히 비축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에너지 안보와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온실가스 감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감축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감축이 더딘 기업에 가격경쟁력을 빼앗겨 국제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 게다가 온실가스는 전 지구적 오염물질이기에 우리만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작 세계 1, 3, 4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는 2060년 이후로 탄소중립 목표를 미루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응하고자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부작용 우려가 커 본격적인 시행이 지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과도한 목표로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나선다면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기간산업도 붕괴할 위험만 커진다. 우리 주력 산업인 중공업은 아직 상용화된 저감 기술이 부족하다. 무리한 감축 압박은 국내 생산 축소와 ‘탄소 누출’을 초래해 오히려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도 역행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계획기간에서 특히 유상할당 비율 확대가 쟁점이다.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한 탄소 가격제의 본질은 비용 효과적인 감축에 있다. 유상할당 비율을 10%에서 몇 년 사이에 50%로 높이면 기업은 그 비용을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은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산업과 가계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일각에서는 유상할당이 감축을 촉진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약하다.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투자 위축과 기술 개발 둔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유상할당의 비중과 무관하게 배출권 총량에 의해 감축 목표는 달성된다. 탄소중립은 단기간의 목표가 아니다.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점진적 접근이 합리적이다. 유상할당 논의에서는 비중보다 경매 수입을 저감 기술 투자로 직접 연결하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국가 경제 위축을 통한 감축과, 성장과 기술 전환의 선순환을 통한 감축 중 무엇을 원하는가. 두 경우 모두 국내 탄소 배출량은 줄지만, 미래는 전혀 다르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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