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학은 자주 꾸준히…입학前 하루 10분만 숫자 놀이 해보세요”

입력 | 2025-10-15 14:16:00


2025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7일 인천 남동구 서창초등학교에서 입학을 앞둔 어린이가 앞으로 공부할 책상을 살펴보고 있다. 2025.01.07 뉴시스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은 ‘대학입시 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과목이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까지 있듯 수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가 재미있게 놀이로 수학 개념을 가르치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의 벽을 낮출 수 있다.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게 아니라 장난감 자동차를 세보고, 젤리를 쏟아 묶어보며 숫자의 개념부터 10의 보수, 덧셈과 뺄셈, 곱셈 등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발달이 늦은 학생에게 보드게임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임가은 특수교사에게 집에서 4~7세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을 물었다. 임 교사는 “놀이로 수학을 접근하면 ‘재미있으니 다시 해보면 된다’는 생각에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기지역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13년차 임 교사는 최근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책 ‘우리 아이 수학 반드시 잘하게 됩니다’도 펴냈다.

ㅡ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가 직접 수학 개념을 가르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수학은 자주, 꾸준히 접하는 게 중요하다. 생활 속 작은 대화를 수학적 사고로 연결하는 역할은 부모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 ‘냉장고에서 사과 2개만 가져다 줄래?’, ‘칭찬 스티커를 7개나 모았네’ 등으로 이야기하고 간식을 주며 하나 더 혹은 덜에 관한 개념을 경험시킬 수 있다.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수학을 문제집, 시험, 점수 영역으로만 접했다는 것이다. 부모와 젤리로 덧셈을 해보고, 장난감으로 가르기와 모으기 해본 아이의 머릿속에는 수학은 피하지 않아도 되는 놀이다. 수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힘이 쌓인다.”

ㅡ언제부터 수학 놀이를 시작하면 좋을지


“수 개념의 발달 속도는 언어 발달처럼 아이마다 다르다. 대체로 숫자에 관심을 보이는 4세 전후가 좋다. ‘인형이 3개 있네. 2개 더 가져와서 5개로 놀까?’, ‘젤리 몇 개 먹고 싶어?’ 등으로 분류하고 묶어보고 세어보면 된다. 아이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실망한 티를 내거나 끝까지 정답을 물으면 안 된다. 이 순간부터 부모의 질문은 놀이가 아닌 정답이 있는 문제가 된다. 아이의 발달 속도를 존중하며 부담 없이 수학 놀이를 생활 속에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

ㅡ수학 공부에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면 될까


“수학은 ‘짧게, 자주’가 핵심이다. 하루 10~15분, 1주일에 3~4회 정도면 충분하다. 생활 속 짧은 순간을 활용하자. 저녁 식탁에서 반찬을 세어보고 장을 보며 물건값을 비교해 보거나 놀이터 계단을 오르내리며 숫자를 세는 것도 훌륭한 수학 공부다.”

ㅡ더해서 10이 되는 수, 10의 보수는 어떻게 익히면 좋을지


“10의 보수, 혹은 짝꿍 수는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구슬 계산기로도 불리는 레켄렉도 좋다. 10개의 구슬 중 몇 개를 왼쪽에 옮기면 몇 개가 남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4와 짝꿍은 몇일까?’, ‘6의 짝꿍은?’ 식으로 반복적으로 숫자 조합을 만들면 10의 보수가 이미지로 남는다. 장난감이나 퍼즐을 활용해도 된다.”

ㅡ100까지의 수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역시 시각적으로 수의 구조를 익히는 게 효과적이다. 부모가 1부터 100까지 수의 순서와 배열을 연습할 수 있는 수백판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스케치북에 가로 10칸, 세로 10칸 총 100칸이 되는 판을 그린다. 동시에 1부터 100까지의 수를 한글 파일로 써서 출력해서 붙인다. ‘23에서 한 칸 오른쪽, 한 줄 아래 가면 몇?’처럼 물으면 아이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1씩 커지고, 아래로 가면 10씩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익숙해지면 덧셈과 받아올림도 쉽게 이해한다.”

ㅡ한 자리 수 덧셈과 뺄셈, 곱셈은 어떻게 연습할까


“덧셈과 뺄셈은 사탕이나 블록을 활용해 ‘4개에 2개를 더하면 몇 개?’, ‘5개에서 하나 주면 몇 개?’ 식으로 물으면 좋다. 수백판에 주사위를 던져 떨어진 숫자에서부터 1부터 9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더하거나 뺄 수도 있다. 곱셈은 구구단을 외우기 전에 곱셈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접시 위에 모두 쏟고 세어본다. 10개, 5개, 4개씩 젤리를 묶어보게 유도한다. 한 개씩 세는 것보다 묶어 세면 개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다음 2+2+2는 2x3으로 표현한다는 개념으로 연결하면 된다. 16이 2x8, 4x4, 8x2로 나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ㅡ수학 문제가 문장형으로 길어지는 추세인데 어떻게 대비할까


“최근 수학 서술형 문제는 긴 문장이 많아 아이가 수 개념이 충분한데도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학 독해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합, 차, 곱, 분과 같은 한자어가 큰 걸림돌이다. ‘두 수의 합은 얼마입니까?’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생활 속에서 부모가 ‘오늘 우리가 먹은 귤의 합은 10개네’, ‘네가 가진 사과와 엄마가 가진 사과의 차는 얼마큼일까?’처럼 한자어를 자주 들려주는 게 좋다. 수학 동화책을 통해 여러 수학 용어를 익히는 것도 도움된다.”

ㅡ수학 문제집은 꼭 풀어야 할까


“문제집을 아이가 수학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경로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면 아이와 하루에 두세 문제만 풀어도 충분하다. 부모와 놀이로 10의 보수를 경험하고 문제집에서 해당 유형을 풀며 확인하면 된다. 아이가 생활 속에서 젤리로 7을 4와 3으로 가르고 모을 수 있다면 4+3, 7-4, 7-3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집을 풀어야만 개념을 이해했다고 믿으면 안 된다.”

ㅡ부모와 함께 하는 수학 공부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가능하다. 3학년 이후 심화 개념은 어려울 수 있지만 개념의 뼈대를 잡아주는 과정에서 부모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분수를 배울 때 1/2과 1/4을 피자로 나누어 보여주거나 도형 단원에서 집안 물건의 각도를 비교해 보는 활동은 학원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함께 수학 인터넷 강의를 듣고 같은 문제집을 풀어 볼 수도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고학년인데도 매주 일요일 아침 ‘수학 대화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배운 개념을 부모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주는 건데 아이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부모가 모든 수학 내용을 직접 가르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수학 여정에 끝까지 동반자로 있어 주면 큰 힘이 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