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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번진 자리, 기억의 풍경이 남았다

입력 | 2025-10-15 03:00:00

양주장욱진미술관 ‘장욱진 기획전’
민화-불교-일상 주제 40점 첫 공개



장욱진 화백이 1980년 한지에 먹으로 그린 ‘무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제공


장욱진 화백(1917∼1990)은 풍경이나 집, 가족이 등장하는 유화가 자주 전시됐다. ‘먹그림’은 그동안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다. 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는 미술관 소장품을 포함해 그의 먹그림 40여 점을 모은 기획전 ‘번지고 남아 있는: 장욱진 먹그림’을 최근 개막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장 화백은 1980년경부터 먹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먹그림은 먹과 종이를 재료로 하지만, 전통 수묵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소재를 내용과 형식면에서 재해석했다. 미술사가 최경현 씨는 “장욱진은 서양화와 동양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며 “수묵으로 그린 자신의 그림을 수묵화가 아닌 새로운 장르인 ‘먹그림’으로 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먹그림을 민화, 불교, 일상 등 세 가지 소재로 구분해 살펴본다. 이 소재들은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장욱진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시에선 논밭과 시골 초가집이 펼쳐진 풍경화, 장 화백이 그린 뒤 가족에게 나눠 주었던 먹그림 8점을 병풍으로 표구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개최한 개관 10주년 학술대회 ‘다시, 장욱진을 보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했다. 먹그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작가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계영 미술관장은 “먹그림이 장욱진의 예술세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며 “먹그림의 미술사적 가치와 고유한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5일까지.

이 미술관에서 함께 열리고 있는 상설전 ‘완전한 몰입’에서는 집중과 즐거움, 자아실현 등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장 화백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장 화백은 외부의 방해 없이 고요하고 고독한 상태에서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감각을 다스려 집중하는 ‘정관자(靜觀者)’가 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처럼 그가 철저한 고요와 고립 속에서 비움과 단순함을 표현한 작품들을 모은 전시다. 상설전은 내년 2월 22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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