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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이전설에 주민들 “생계 위협 심각” 반발

입력 | 2025-10-14 10:39:01


지난달 25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 봉화군과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이 집회를 갖고 “제련소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제공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가 불거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봉화군과 인접 강원 태백시 주민들은 제련소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대책도 없이 이전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봉화군과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은 최근 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박재한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장은 “정부는 환경 문제만을 앞세워 제련소를 이전 폐쇄하겠다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를 붕괴시키고 수많은 근로자, 가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자비한 처사”라며 “핵심 산업 기반의 붕괴는 인구 유출과 공동체 해체로 직결될 수 있어 봉화와 태백이 결국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포제련소는 비철금속 제련 전문기업인 ㈜영풍이 1970년 국내 처음으로 설립한 현대식 아연 제련소다. 봉화군뿐 아니라 인접 태백시 주민들에게도 50년 이상 삶의 터전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석포제련소 임직원은 660여 명으로 협력업체와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생계가 걸린 인구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이 이용하는 지역 내 마트와 음식점, 학원, 병원 등의 종사자를 포함하면 1만 명 이상이 석포제련소에 기대어 살고 있다. 인구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봉화군 전체 평균 연령이 58세가 넘는데 제련소가 있는 석포면은 51.7세로 가장 젊다. 젊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정착한 덕분이다.

하지만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 등 중금속이 낙동강 상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수십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는 “석포제련소로 인해 반세기 동안 낙동강 상류가 오염돼 1300만 영남 지역민의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제련소 이전 폐쇄 및 낙동강 환경 복원 추진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련소 이전 논의가 불거진 것은 이 때문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이전 가능성과 일자리 대책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북도도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봉화군과 태백시 주민들은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제련소 사수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박 공동투쟁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환경, 지역 생존이 조화를 이루는 해법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전과 폐쇄만 고려하지 말고 지역 현실을 직시해 개선과 상생의 길을 선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 측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최근 제련소 공장 외곽의 모든 구간에 지하수 확산방지시설 구축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 수립 이후 매년 1000억 원 규모의 환경예산을 집행해 오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 제련소로 거듭난 만큼 낙동강 권역 지역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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