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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인사국장 꿰찬 ‘트럼프 캐디’… 공무원 감축 칼 쥔다

입력 | 2025-10-14 03:00:00

스커비노, 14세때 골프장 알바 인연
35년만에 美공무원 인사 좌우 자리에
“트럼프, 셧다운 계기 구조조정 추진
최측근 앞세워 드라이브 걸 듯”



댄 스커비노 미국 백악관 신임 인사국장이 올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 최대 보수주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12일 스커비노 국장은 백악관 인사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35년 전 골프장 캐디로 일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년 전 골프를 칠 때 캐디로 인연을 맺었던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49)을 인사국장으로 12일 임명했다. 인사국장은 미 행정부 공무원들의 임명과 해고를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인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를 계기로 대규모 연방 공무원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인 스커비노 국장을 앞세워 연방 공무원 감축이란 ‘숙원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란 의미다.

● ‘트럼프 캐디 출신’ 백악관 인사국장 임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훌륭한 스커비노가 백악관 대통령 인사국을 이끌게 됐다”면서 “그는 정부 내 거의 모든 직책의 선발과 임명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매우 크고 중요한 직책”이라고 밝혔다. 전임 인사국장인 세르지오 고르는 올 8월 주인도 대사로 지명됐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오래 인연을 맺은 참모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주 요크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14세였던 1990년 뉴욕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커비노 국장에게 200달러의 팁을 줬고 “언젠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커비노 국장은 200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한 이 골프장의 총지배인이 됐고 둘의 인연은 이어졌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한 스커비노 국장은 트위터(현 X) 글 게시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의 소통을 담당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의 입’을 담당하는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으로 임명됐다. NYT는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스커비노에게 해당 분야를 담당하게 한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패배했을 때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근무하며 곁을 지켰다.

● 셧다운 계기로 대규모 공무원 해고 등 추진 가능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스커비노 국장의 임명으로 올 초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가 야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산안 합의 불발로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이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셧다운을 이유로 연방정부 기관 직원 4000여 명에 대한 해고 절차를 개시했는데, 이를 스커비노 국장이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전통적으로 인사국장은 행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쳤지만, 셧다운 사태 속에선 (스커비노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커비노 국장이 대규모 공무원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논란은 다시 한 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셧다운 첫날인 1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통해 뉴욕과 시카고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동시에 민주당 출신 유명 전·현직 정치인들의 ‘정치적 고향’인 도시에 대한 예산 지원을 보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던 보트 국장은 스커비노 국장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무원 해고를 추진하면서 “책임은 예산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에 있다”며 계속 화살을 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한편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 1300명에게 해고 통보를 보냈다가 이 중 700명에게 다음 날 “해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셧다운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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