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사진 No. 133
1989년 조용필 / MBC 제공
KBS2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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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조용필/ 동아일보 DB
1981년 조용필/ 동아일보 DB
● 금지와 비상 ─ 1977~1980년, 침잠과 컴백
대마초 파동으로 멈춘 인기(1977)의 기사 사진은, 굳은 입술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여줍니다. 그 멈춤은 곧 수련이었습니다. 1980년, ‘창밖의 여자’로의 컴백.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무대 사진 속 그는 한 옥타브 위에서 다시 내려와 관객의 심장에 닿습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도시 변방의 그리움을 불렀다면, ‘창밖의 여자’는 시대의 상흔에 대한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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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창밖의 여자 앨범
● 밀리언셀러의 손 ─ 1981~1982년, ‘창밖의 여자’와 국제무대
제작 라인을 풀가동하게 만들었다는 앨범 백만 장의 신화를 다룬 기사 옆 사진에서 그의 손은 마이크를 감싸 쥔 채 위로 당깁니다. 소리를 ‘내뿜는’ 손이 아니라 ‘끌어올리는’ 손. 1982년 도쿄 무대 사진에서는 정갈한 수트, 단정한 미소, 그리고 판소리에서 길어 올린 변성의 궤적이 빛납니다. 국경을 넘은 건 멜로디보다 태도였습니다.
1988년 무대 위 조용필 /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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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의 플래시가 그에게만 집중되자 그는 미소를 띠되, 상패를 한걸음 뒤로 밀어 둡니다. “후배들의 길을 위해.” 기록은 이 순간을 “식상함의 거부”로 남깁니다. 사진 속 거절의 제스처는 조용필식 영광의 사용법이었습니다. 무대를 위해, 노래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그는 더이상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1988년 10집 앨범
● 서울, 북경, 모스크바 ─ 1988~1989년, 회색 도시에 새긴 노래
베이징 호텔 무대 사진 한 장은 공연장의 조도보다 관객의 눈동자를 더 밝게 담습니다. 같은 해 서울, 이듬해 모스크바·사할린 기사에는 ‘서울 서울 서울’과 ‘한오백년’이 공존합니다. 전인미답의 길을 그는 누구보다 먼저 지나갔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대도시 공연을 만들어냈습니다.
● 신바람 이후의 정조 ─ 1993년, ‘서울…’의 승리
올림픽의 낙엽이 굴러가던 시절, 우울을 노래한 발라드가 뒤늦게 도시의 주제가가 됩니다. 무대 뒤 스탠드에 잠시 기댄 채 먼 곳을 보는 표정의 사진. “신바람보다 항심.” 노랫말의 낮은 파동이 사진의 정적과 겹칩니다.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서 남는 건 목소리의 내구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음악과 집 밖에 모른다는 노력하는 가수의 간조로운 삶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인것은 아닐까요.
1996년 무대에 선 조용필 /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2005년 비가 내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 / 이훈구 기자
2005년 비가 내리는 공연장에서 비를 맞으며 열창하는 조용필/ 이훈구 기자
● 분단의 섬을 노래로 건너다 ─ 2005년, 평양 공연
2005년 평양 방문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는 조용필/ SBS 제공
2011년 5월 5일 5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단과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을 위한 연주회를 가졌다. 가수 조용필 씨가 한센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박영철 기자.
● “과거의 조용필은 잊어달라” ─ 2013년, ‘헬로’의 혁신
2013년 공연.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3년 공연.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가왕의 캐리커쳐. 최남진 기자
2018년 기자간담회/ 동아일보 DB
2022년 조용필 공연/ 김재희 기자
● 다시 현재형 ─ 2024~2025년, 20집과 고척돔
2024년 발매된 정규 20집 ‘그래도 돼’가 이번 고척돔 컨서트에서도 포함되었습니다. 시대를 버텨나가는 청춘에 대한 응원인것 같기도 하고, 세파를 뚫고 살아온 중장년에 대한 손짓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믿어, 믿어봐.” 고척돔 콘서트에서 흰 정장과 검은 선글라스의 대비는 여전하되, 관객의 연령대가 넓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용필 오빠”를 외치고, 20대가 눈물을 훔칩니다. 한 무대에 공유된 서로 다른 시간들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그만큼 조용필의 존재는 특별합니다.
2024년 기자간담회.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8년 동아일보 인터뷰 / 홍진환 기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