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관절 질환 등 비중증 질환에 쓰인 재난적 의료비가 5년 새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적 의료비는 과도한 의료비로 경제적 어려움이 초래된 저소득층을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난적 의료비 사업으로 비중증 질환에 모두 2807억 원이 쓰였다. 오히려 암·희귀 질환 등 중증 질환(2541억 원)보다 많은 지출액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암, 심장 질환 등 6대 중증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그해부터 재난적 의료비 지출이 급증했고, 이제 지원 건수 10건 중 6건은 비중증 질환이다. 지난해 재난적 의료비가 지원된 상위 5개 질환은 척추병증, 유방암, 기관지 및 폐암, 추간판 장애, 무릎 관절증이었다. 질환명으로만 보면 재난적 의료비 사업이 ‘공짜 실손보험’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척추·관절 전문 병원들이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들에게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본인 부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며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한 병원은 비슷한 병상 수를 가진 비신청 병원보다 의료비가 61%나 많이 발생했고,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은 거의 2배에 달했다. 과잉 진료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중증이든, 비중증이든 저소득층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를 주저하는 일이 생겨선 안 되지만 제도를 악용해 건보 재정을 ‘곶감 빼 먹듯’ 하는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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