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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송파·성북에 땅꺼짐 몰려…‘위험 지도’ 공개 않는 서울시

입력 | 2025-10-09 17:07:00


(서울=뉴스1)

최근 6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의 3분의 1 이상이 강남·송파·성북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는 땅꺼짐 사고의 절반 이상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주거 지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서울시는 땅꺼짐 사고를 예측, 예방할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 보유하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내부관리용”이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집값 영향 등을 우려해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아파트 35만 채’ 강남·송파·성북에 땅꺼짐 몰려

9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땅꺼짐 사고 122건 중 46건(37.7%)이 강남구(17건), 송파구(16건), 성북구(13건) 등 3개 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강남구는 아파트 가구 수가 13만5712가구로 서울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아파트가 많았다. 또한 송파구는 12만9618가구로 3위였고 성북구는 8만2997가구로 8위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몰린 지역에 땅꺼짐 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인명 피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꺼짐 사고 중 상당수가 원인불명인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송파구는 전체 땅꺼짐 사고 16건 중 9건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굴착공사 등 인위적인 요인과 지하수 흐름 등 자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직접적인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원인불명 사고로 기록된다. 강남구는 원인불명 땅꺼짐이 17건 중 3건, 성북구는 13건 중 5건이었다. 서울시 전체에선 122건 중 36건이 원인불명 사고였다.

땅꺼짐 사고는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37건이 발생해 지난 한 해 발생한 17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최근 노후 취약 상하수도가 파손되며 땅꺼짐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생한 하수도 파손으로 인한 사고는 13건으로 지난해 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복 의원은 “주택가 밀집 지역에서 땅이 푹푹 꺼지는데 원인 규명 없이 복구만 한다면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후 인프라 전수조사와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땅꺼짐 위험 지도 공개 않는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사고 이후 서울 전역의 위험도를 분석한 우선정비구역도를 작성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탐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관리용으로 만든 지도”라며 “전력·통신·가스 등 국가기간시설이 포함돼 있는 점도 비공개 이유”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에 근거해 지하공간정보통합지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지하 공사 등 필요한 경우에만 출력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정보의 정확도가 낮아 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시 주최 포럼에서 “지하안전법은 제정된 지 7년이 지난 만큼 현 상황에 맞게 손질이 필요하다”며 “그간 축적한 지반침하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서울시는 기존 우선정비구역도를 고도화한 ‘지반특성반영지도’(가칭)을 제작하고 있다. 연말까지 주요 굴착공사장을 대상으로 제작한 뒤 서울시 전체에 적용할 지도 시스템은 내년 말까지 제작한단 계획이다. 서울시는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를 거쳐 필요한 정보에 한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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