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이 출시된 31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서 한 청년이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받고 있다. 2018.07.31 뉴시스
서울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정모 씨(27)는 6년 동안 납입한 주택청약통장을 해지할지 고민하고 있다. 주택청약에 당첨될 가능성도 매우 낮을 뿐더러 설사 당첨되더라도 수억에 달하는 아파트값과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금을 갚아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청약통장을 해지한 다음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주택청약 조성 규모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또 청약’이라고 불릴 만큼 낮은 당첨 가능성에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주택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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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에 신규 가입하는 것보다 해지하는 건수가 더 많은 것으로도 집계됐다. 2022년 이후 청약통장 신규 가입은 1249만 좌로, 계좌를 해지한 수(1424만 좌)보다 175만 좌 적었다. 일반적으로 청약통장에 처음 가입하는 20대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입보다 해지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해지 사유의 96%가 중도 해지로, 실제 청약에 당첨돼 해지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주요 주택 수요층인 3040세대에서도 가입(302만 좌)보다 해지(421만 좌)가 훨씬 많았다.
청약수요의 감소 원인으로는 장기화된 주택경기 침체가 꼽힌다. 청약수요는 주택경기와 비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당첨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즉시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주식 등 다른 투자 수단으로서의 이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연령별 청약 당첨률은 전국 기준 △20대 이하 11.7% △30대 7.2% △40대 8.7% △50대 10.2% △60대 이상 9.4%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20대 이하 0.9% △30대 1.1% △40대 1.3% △50대 1.6% △60대 이상 0.9%로 전 연령대에서 1% 안팎 수준의 당첨률에 그쳤다.
신영대 의원은 “청약 조성 규모의 감소는 국민들이 더 이상 제도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곧 국가 주택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HUG는 주택경기 회복, 실효성 있는 청약제도 마련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