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반발에 ‘금융’ 이전 무산 예산권은 신설 예산처에 넘어가 “우리도 상복입고 시위해야하나”
기획재정부 전경. 2020.11.23.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7일입니다.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해 재경부는 세제·금융·경제정책 등을 담당하고 예산처는 예산편성과 재정정책,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기능을 맡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타 부처에서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기 위한 조직개편인데 오히려 더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예산을 넘기고 국내 금융을 받는 것은 재경부의 규모나 위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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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 시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점심시간 직전에 관련 결과를 들었는데 조직개편이라는 중요한 방안을 3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송두리째 바꾸나 싶었다”며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재부가 사실상 ‘빈털털이’가 됐다는 분노도 큽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도 금감원처럼 상복 입고 시위하면 들어주는 건가’라는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조직개편 과정에서 뺏기기만 한 것 같은 상실감이 든다”며 “부총리 입장에서도 업무가 줄어든 만큼 힘이 줄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