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늪에 빠진 자영업자] 〈상〉 코로나 빚의 악순환 소비 줄어 매출 타격, 빚내 빚 갚아… 연체액도 8817억서 7조대로 껑충 금융사-다른 업종까지 부실 우려… “채무조정하되 도덕적 해이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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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부터 빚이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나서 지금까지도 빚을 다 못 갚았어요.” 4.5t 트럭 운전사인 이모 씨(63)는 약 5년 전 코로나19가 퍼지던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빚의 굴레’에 갇혔다. 당시 야심 차게 골동품 가게를 시작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은행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도 팬데믹 확산에 손님이 끊겨 돈을 벌지 못하니 대부업체까지 이용하게 됐다. 열심히 벌어 갚았는데도 빚이 약 8000만 원 남았다. 그는 “해병대 직업군인으로 일하다가 양로시설 총무, 고시원 사장을 거쳐 퇴직금까지 투자해 골동품 장사를 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한숨 지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빚을 낸 자영업자들은 빚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듬해 반짝 성장하는 듯했던 경제는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지고 소비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잘 늘지 않으니 빚을 못 갚고 연체 기간을 늘리게 된다. 결국 폐업에 이른 이들은 빚을 상환할 길을 찾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 60대 이상 자영업자 연체액, 4년 만에 8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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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42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는 이달 종료된다. 하지만 이번에 약 97%는 재연장된다.
● 자영업자 신용점수도 ‘양극화’
자영업자들의 신용점수는 양극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용점수 650점 이하와 가장 높은 구간인 951점 이상 자영업자 수는 각각 51만9282명, 99만7303명이었다. 하지만 올 6월 말 기준 각각 53만7560명, 100만3244명으로 모두 늘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에게 금융 지원 중심으로 ‘호흡기’를 달아 주니 신용점수가 낮은 자영업자가 더 양산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연체가 심각해지면 금융회사 부실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영업자 대출차주 중 취약차주의 비중이 14.2%였다. 2022년 6월 말 10.7% 이후 상승세다. 한은은 “다수의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취약차주의 특성상 차주의 부실이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제도를 활성화하되 정부의 지원이 비정기적이고 단발적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줘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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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