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관세 압박해 美투자 늘리려는 전략… ‘최혜국 대우 기대’ 韓바이오 당혹 美공장 확보 여부따라 희비 엇갈려… 반도체 美생산 비율만큼 무관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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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의약품에 대해 내달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이 미국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다면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합의한 유럽, 일본산 의약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뒤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25% 관세가 아니라 15% 관세로 합의될 것이라며 안도해 왔는데 이것이 지켜질지 매우 불투명해진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9억8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 규모의 의약품을 수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생산기지를 미리 확보해 둔 기업과 아닌 기업들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입장을 밝히기 이르다는 태도다. 미국이 특허 의약품에만 관세를 매길 경우 바이오시밀러는 제외될 수 있고, CMO에 대한 언급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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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발표에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제약사들이 연이어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압박이 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25%를 부과하는 대형 트럭 관세의 경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승용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욕실용품 관세(50%) 타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는 중국에서 생산을 해 받아오는 상황이라 해외로 수출하는 곳이 많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이 자국 내에서 제조한 반도체와 해외에서 생산한 반도체의 비율을 1 대 1로 맞추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 100만 개를 생산한다면, 해외에서 생산한 100만 개까지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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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mo@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