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발전으로 RE100 목표 “전력 통제는 주권”…韓, 실증연구 뒤 ESS 본격 확대 중
에스토니아 북동부 콜랴라의 푸르체 복합발전(하이브리드) 단지(Purtse Hybrid Park) 모습.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옆에 육상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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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구름이 많고, 비까지 와서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 생산이 제한적일 거 같네요. 그래도 문제는 없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면서 바람개비를 돌리니까,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 서로의 보험 역할을 해주는 셈이죠.”
한국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역할을 하는 에스토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스티 에네르기아’(Eesti Energia) 산하 재생에너지 업체 ‘에네핏 그린’(Enefit Green) 관계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북동부 콜랴라의 푸르체 복합발전(하이브리드) 단지(Purtse Hybrid Park)에서 이같이 말했다.
푸르체 단지는 에스토니아 최초의 풍력·태양광 복합 발전소다. 당국 사전승인을 얻어 드론으로 확인하니 축구장 60개 면적에 달하는 부지에 태양광 패널 약 4만 9000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뒤로는 높이 150m의 풍력 터빈 5기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78GWh로, 약 2만 5000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크리스티안 쿠히 에스티 에네르기아 경영이사는 “현재 수급으로는 12만 5000가구에 2시간씩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가동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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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핏 그린 관계자는 “전력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주권도 지킬 수 없다”며 “푸르체 단지는 에스토니아 주권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스티 에네르지아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오베르(Auvere) 산업단지에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했다. 현지의 에너지 출입량이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현장에는 한국 에너지 기술도 함께하고 있다. 에스티 에네르지아는 LG엔솔과 960만 유로(약 310억 원)를 투자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식했다. 재생에너지 단지 등과 연결돼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급증하거나 바람이 잦아드는 시기에 방출한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한다. 러시아와 발트 3국이 긴밀히 연결된 송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위르겐 리기 에스토니아 재무부 장관은 “ESS 확보는 에너지 자립 차원에서 중요한 기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단지는 2017년 덴마크에서 시작했다. 같은 부지에 태양광과 풍력을 병치한 걸 시작으로, 지금은 ESS와 수소, 그린 암모니아 플랜트까지 통합하는 복합 에너지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남쪽의 하링블리트 에너지단지가 대표적이다. 11만 5000장의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6기, ESS 12MWh가 함께 설치돼 전력망 변동성을 제어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알라야르비 지역에서 풍력·태양광·저장을 통합한 프로젝트가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홋카이도에서 대형 ESS와 연계한 풍력·태양광 복합 단지를 실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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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에너지 구조와 사회적 여건은 다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간헐성과 전력망 안정화라는 과제는 공통적이다. 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술, 비용, 주민 수용성 등 복합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
(콜랴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