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실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장(오른쪽)이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를 부축하며 활짝 웃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한 번 사는 인생, 다른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멋진 삶을 살고 싶다.’
젊은 시절의 다짐이 아프리카 의료취약지 주민 80만 명의 생명을 지킨 희망의 등불이 됐다. 약자에 대한 관심이 그를 수녀로, 아프리카 오지에서 25년을 헌신하는 간호사로 만들었다.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 정춘실 진료소장(59) 이야기다.
● 진료소 만들고, 의사 키우고…케냐 의료 취약지 헌신
정 진료소장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1995년 영국에서 수녀로 종신서원을 했다. 단순히 남을 돕는 것을 넘어 생명을 살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영국 런던 북서쪽 미들섹스대에서 간호학을 공부했고, 1999년 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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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소는 현재 연간 2만8000여 명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정 진료소장은 현지인들이 스스로 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의사, 간호사 육성에도 힘썼다. 진료소 청소부의 자질을 알아보고 임상병리사가 되도록 도왔고, 가난 탓에 꿈을 접었던 청년은 정 진료소장 덕분에 의사가 돼 현재 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료소에서는 내과, 안과 외에도 풍토병과 영양실조에 취약한 소아 진료와 예방접종, 임산부의 산전·산후 관리도 가능하다. 진료소 방문이 어려운 오지 주민들을 위해 이동 진료실도 운영 중이다.
●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 여성-신생아 사망률 낮춰
정춘실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진료소 동료들.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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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기관에 전기 공급을 요청하고, 연료를 구하러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 일상이었다. 병원은 만성적인 혈액 부족에 시달렸다. 환자를 위해 수혈도 마다하지 않던 정 진료소장은 수혈 중 의식을 잃기도 했다.
그의 헌신 덕분에 병원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응급실이 만들어지고, 감염병 예방 사업을 시작하는 등 열악한 의료 환경도 조금씩 개선됐다. 특히 여성과 신생아 건강 증진에 힘써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다시 케냐로…약물 중독 재활 돕는 통합보건센터 설립 목표
그는 현재 이동진료에 주력하며 새 진료소에 필요한 기금 마련부터 설계, 공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이끌고 있다. 최근엔 환율과 자재비 상승, 후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 진료소장은 “이 지역의 심각한 문제인 청년 약물 중독 치료와 재활을 돕는 통합 보건의료 센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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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