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주년] 〈13〉 지역이 교통복지 앞장선다 지하철-철도-고속도로 없는 지역… 불편한 대중교통, 고질적 문제로 버스 전용 BRT로 막힘없이 달리고, 섬식정류장-양문 버스로 혼잡 줄여 대중교통 무료 확대해 이동권 보장… 고령층-청소년 복지-삶의 질 개선
올해 6월 개통한 제주 섬식정류장에 양문형 버스가 정차해 있다. 도로 중앙에 마련된 정류장에서 양방향 탑승이 가능하도록 해 보행 동선을 줄였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이 구간을 포함한 BRT 전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다. 제주도 제공
제주대 사범대 부설고에 재학 중인 양진성 군이 15일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달부터 청소년 대중교통 요금을 전면 무료화했다. 2023년 7월 읍면 지역 65세 이상 어르신을 시작으로 올해 청소년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양 군은 “더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웃었다.
● 국내 최초 섬식정류장, 양문형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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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이러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한 개편에 나섰다. 일반 차량의 통행 편의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여 이용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도는 6월 13일 서광로 구간에서 ‘제주형 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개통식을 열었다. ‘도로 위 지하철’로 불리는 BRT는 차로 한 칸을 버스 전용으로 비우고, 버스에 우선 신호를 주어 정체 구간에서도 막힘없이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제주의 BRT 사업은 2026년까지 총 318억 원을 투입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월산마을까지 10.6km 구간에 조성된다. 제주시청, 버스터미널, 제주도청, 제주국제공항 등 주요 거점과 상권을 연결한다.
이번에 개통한 서광로 3.1km 구간은 국내 최초로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섬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설치돼 한곳에서 양방향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이 방식 덕분에 보행 거리가 줄고, 도로 양쪽에 따로 정류장을 만들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자료: 제주도
BRT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이 6월부터 7월 30일까지 매주 1회씩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 사이 BRT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의 이동 속도를 측정한 결과 신제주에서 광양 방면으로 가는 버스의 평균 속도가 시속 14.7km로, 개통 전 10km보다 47% 향상됐다. 반대 방향인 광양에서 신제주 방면 이동 속도도 16km로, 개통 전 11.7km보다 37% 빨라졌다. 첫 삽을 성공적으로 뜬 제주도는 내년까지 나머지 구간 공사를 마무리해 BRT 전체 노선을 완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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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주도
제주도는 운전이 어려운 고령자와 미성년자가 많은 현실에서 자가용 중심의 교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동성이 커지면서 고령층과 청소년의 사회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복지와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는 ‘온(ON)나라페이’를 도입해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버스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즉시 요금이 결제되는 방식으로, 별도의 교통카드가 필요 없다. 외국인 관광객도 자신의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 앱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어 관광객 편의도 개선됐다. 사실상 ‘앱 켜고 찍으면 끝나는’ 방식이라 도민과 방문객 모두 접근성이 높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교통비 절감 효과와 더불어 지역 상권 활성화, 탄소 감축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근 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대중교통을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제주형 교통복지는 그 점에서 전국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 같은 혁신적 시도를 과감히 도입한 사례는 중앙정부 정책에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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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