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수위 높여가며 나토 대응 살피는 듯 트럼프 “유럽, 러시아 원유 사주면 안돼” 헝가리 등 친러 성향 나토 회원국 압박
하지만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러시아는 13일 나토 회원국 루미니아에 자폭 무인기(드론) ‘게란’을 침범시켜 약 50분간 비행했다. 10일 또다른 나토 회원국이며 최근 국방비 증액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폴란드에 드론을 잠입시킨 지 3일 만이다. 러시아 측은 ‘단순 실수’라 주장하지만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며 나토의 대응을 살펴보는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루마니아가 모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가 사실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러시아는 14일에도 북극해 인근 바렌츠해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실전 발사 훈련을 진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3’가 바렌츠해의 국제 중립수역 상공을 4시간 동안 초계 비행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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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구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와중에도 일부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했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럽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구매를 지속하는 한 미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같은 유럽 나라들은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러 성향이 강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들을 계속 압박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역시 12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 회담 모두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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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추된 러 드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영공을 침범했다 격추된 러시아 무인기(드론). 사진 출처 폴란드 레푸블리카TV ‘X’
앞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은 폭발물을 싣지 않고 방공망을 교란할 목적으로 띄우는 일종의 미끼 드론 ‘게르베라’였다. 폴란드 때보다 러시아위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
게르베라는 합판, 스티로폼 등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각각 미국산 F-16, F-35 전투기를 출격시켜 게르베라를 요격했다. 수십, 수백만 원짜리 저가형 러시아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수 천억 원이 필요한 최신식 무기 체계가 동원된 셈이다.
루마니아는 14일 블라디미르 리파예프 주루마니아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가 루마니아 국민의 안전과 나토의 집단 안보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X’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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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서방 주요국은 우크라이나의 영공 폐쇄가 러시아와의 확전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자 이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영공 폐쇄를 두고 “기술적으로는 나토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폴란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동맹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안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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