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 USA’ 설립자 커크 대학 순회 토론회 행사중 피격 대선때 청년층 트럼프 지지 이끌어… 트럼프 “순교자” 조기 게양 지시도 “극단적 정치분열… 연쇄 보복 우려”
10일 미국 유타주 오렘시 유타밸리대에서 피격 직전 토론에 나선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창립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그의 옆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임을 뜻하는 ‘47’ 모자가 놓여 있다. 오렘=AP 뉴시스
이런 그의 암살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갈라지고 분열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직 범인과 범행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를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가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추가 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극단적인 정치 분열로 “미국이 벼랑 끝에 몰렸다. 연쇄 보복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논평했다.
커크는 사망 닷새 전인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에도 참석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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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서부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에서 열린 순회 토론회 행사 도중 목에 총격을 입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대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던 커크가 총성이 울리자 목을 감싸며 쓰러지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그는 병원 이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찰리 커크의 저격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총격 직전 인근 건물 옥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알려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사진 출처 X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끔찍한 암살로 내 마음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하다”며
“커크는 진실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라고 애도했다. 그는 “커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의 언행이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진보 진영에 화살을 돌렸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에 14일 오후 6시까지 조기(弔旗)를 게양하라고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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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전역을 돌며 “트럼프는 워싱턴의 기성 적폐 세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세대의 ‘아메리칸 드림’을 부활시킬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이런 그를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 같은 카리스마형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커크의 피격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원본 영상은 삭제됐으나 사본이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진보 성향 케이블방송 MSNBC의 매슈 다우드 전 논평가는 커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발언해 즉각 해고됐다.
● 거듭되는 美 정치인 암살 시도에 긴장
미국에서는 최근 거듭되는 정치인 암살 시도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올 6월에는 민주당 소속 멀리사 호트먼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부부가 자택에서 피격돼 사망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올 4월 자택에 방화 피해를 입었으나 신속한 진화로 화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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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등이 모두 암살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