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하루는 늘 바쁘게 돌아갑니다. 쏟아지는 업무와 치열한 경쟁. 그리고 끊임없이 죄어들어오는 실적 압박까지 직장인들은 늘 치열한 삶을 살아가죠.
이렇게 업무에 시간을 쏟아내고 집에 돌아오는 퇴근길이나 안락한 집에 왔을 때 많은 이들이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는 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리고도, 이 노동을 게임에서도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듀밸리(자료 출처-게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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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노동이 곁들여진 힐링 게임
흔히 ‘힐링 게임’으로 불리는 장르가 대표적입니다. 힐링 게임의 대표적인 작품인 ‘스타듀밸리’(Stardew Valley)는 나만의 농장을 가꾸고,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인데요.
농장을 키우는 것이 메인 콘텐츠(자료 출처-게임동아)
유저는 매일 농작물을 수확하고, 가축을 돌보고, 광산을 탐험하는 일상적인 루틴을 즐길 수 있는데요. 이중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물을 주고 씨를 뿌리는 단순한 작업은 대단히 반복적이고, 낚시, 채광, 나무 베기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온갖 노동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자료 출처-게임동아)
이처럼 현실 못지않게 반복 작업이 이어지는 힐링 게임이지만, 이 장르는 생각 이상으로 유저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데요. 실제로 2022년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단순 반복 작업 속에서 잡생각을 잊게 된다”라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출처: Oxford Internet Institute, 2022).
나만의 집을 꾸며보자(자료 출처-게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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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트럭 시뮬레이터2(자료 출처-게임동아)
10시간 운전한 기사도 게임 속에서도 운전을? 시뮬레이터 게임
시뮬레이터 장르는 게임 속에 현실적인 노동을 구현해 놨습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유로트럭 시뮬레이터’인데요. 이 게임은 장거리 화물 운송 기사가 되어 실제 유럽의 고속도로와 시내를 달리며, 목표한 장소로 배송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유저는 수십 분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규칙적으로 연료를 채우며, 휴게소에서 수면을 관리해야 하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하는 이 게임의 재미가 생각보다 뛰어나서 “회사에서 일하다 지쳐도 집에 와서 또 트럭을 몰며 편안함을 찾는다”라는 리뷰를 심심찮게 찾아볼 정도입니다.
파워워시 시뮬레이터(자료 출처-게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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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기피 하는 청소나 운전 같은 반복 작업이 게임에서는 심리적 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준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난 연구였죠.
디아블로2-레저렉션(자료 출처-게임동아)
장비 파밍을 위해 몇천 번 반복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핵앤슬래시
‘핵앤슬래시’ 장르는 앞서 소개한 장르와는 조금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합니다. 화려한 액션과 다양한 스킬 트리를 통한 자유도 높은 전투가 중심이지만, 반복적인 사냥으로 장비를 파밍하는 것이 핵심 콘텐츠거든요.
대표적인 게임이 디아블로 시리즈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낮은 확률로 드랍되는 전설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같은 던전을 수백, 수만 번 반복하는 것이 앤드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좋은 장비를 얻어 더 높은 난도의 던전으로 향하고, 다시 더 높은 난도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장비를 파밍하는 식이죠.
시즌제로 운영 중인 ‘패스 오브 엑자일 2(자료 출처-게임동아)
이처럼 게임 속 노동은 현실 노동과 비교해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같지만, 심리적 효과는 다르게 작용합니다. 현실의 노동은 불확실성과 스트레스가 뒤섞여 있지만, 게임 속 노동은 예측 가능성과 보상이 뚜렷하다는 것이죠. 바로, 이 차이가 유저들이 게임 속 노동을 자청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불확실하지만, 게임은 확실한 보상과 성취를 약속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잡생각을 지우고 마음을 달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 게임인 ‘심즈’나 펄어비스에서 선보인 ‘인조이’ 등 가상의 삶을 살아가는 게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이 ‘시뮬레이터’나 ‘힐링’ 게임은 여러 장르와 융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실 못지 않은 ‘노동’을 메인으로 내세운 이 게임들이 앞으로의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