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대 은행에서 최근 5년여 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계좌 수가 15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이미 1만 개를 넘어서 지난해 1년간 정지된 계좌 수의 32.4%에 달했다. 정부가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어 대책이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이스피싱 신고 계좌 15만 개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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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3만4436개로 가장 많았다. NH농협은행이 2만7381개, 우리은행이 2만4816개, 신한은행이 2만2510개, 하나은행이 2만1378개, IBK기업은행이 1만9561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급 계좌 수가 많을수록, 고령 고객 비율이 높을수록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지급이 정지된 계좌는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이미 1만488개였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정지된 계좌 수의 32.4%다. 첫 3개월간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지급 정지 계좌 수는 처음으로 4만 개를 넘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연내 금융회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은행권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무과실 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금융회사에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배상하게 된다. 정부가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책임까지 지우게 된 이유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워낙 고도화돼 개인의 노력만으론 예방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 보이스피싱, 금감원까지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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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일당은 위조한 사업자등록증까지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지만 금감원은 민원 처리 과정에서 이들이 금융사를 사칭한 불법업자임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회사를 사칭한 홈페이지나 e메일을 이용한 온라인 금융사기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금융회사의 공식적인 채널인 전화·e메일·홈페이지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