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북중미 최강’ 멕시코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멕시코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소속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13위다. 한국(FIFA 랭킹 23위)은 이번 경기 전까지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한국이 멕시코를 마지막으로 꺾은 건 2006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평가전(1-0·한국 승)이었다.
손흥민이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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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개인 통산 136번째 A매치에 출전한 손흥민은 홍 감독,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출전 횟수 공동 1위가 됐다. 미국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뛰었던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선 왼쪽 측면공격수 자리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기록을 작성한 손흥민은 한국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후반 20분 오현규(헹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골키퍼 머리 위를 지나가는 빠르고 강력한 슈팅이었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통산 득점 2위인 손흥민은 53호 골을 뽑아냈다. 이 부문 1위는 차 전 감독의 58골이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30분 오현규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침투 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 골을 터뜨렸다. 최근 슈투트가르트(독일)로의 이적이 유력했던 오현규는 십자인대 부상 이력 등으로 인해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오현규는 득점 후 자신의 왼쪽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포효했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자신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현규는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오현규. 대한축구협회 제공
19년 만의 멕시코전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통한의 실점을 했다. 멕시코의 산티아고 히메네스(AC 밀란)가 페널티 아크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멕시코와의 역대 전적이 4승 3무 8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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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 중계사와의 인터뷰에서 “강팀과 맞붙는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고,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출전 횟수 공동 1위가 된 그는 “단 한 번도 (A매치 출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대표팀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