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정상 中열병식] 열병식 의전 서열 2번째로 입장하고, 리셉션서도 習-푸틴과 맨 마지막 등장 66년前 김일성, 마오쩌둥 4번째 옆자리 “中, 北 핵보유국 지위 인정” 분석 나와… 외신 “金, 고립된 왕따 이미지 벗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 8개월 만에 만나 북-중 관계 복원 신호탄을 알렸다. 반미(反美) 연대를 확대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 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전승절 무대 위로 끌어낸 것. 시 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르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동급 예우를 받은 김 위원장은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되살린 것은 물론 핵보유국 위상을 과시하는 등 전략적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열병식 내내 시진핑과 밀착한 김정은
밀담 나누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약 90분간 이어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도중 통역을 대동한 채 수시로 몸을 기울여 대화를 주고받았다. 중국중앙(CC)TV 영상 캡처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두 손으로 악수한 후 한 손으로 김 위원장의 팔을 두드리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김 위원장에게 한국말로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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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참관하는 동안 시 주석과 단독으로 가까이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리셉션 오찬에서도 시 주석 왼쪽에 서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맨 마지막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 中 북핵 용인, 북-중 경제 관계 회복 수순
웃으며 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승절 리셉션에 참여한 뒤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두 정상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해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영상 캡처
이는 북-중-러 정상이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였던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당시보다 북한 정상의 의전 서열이 높아진 것. 당시엔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의 왼쪽에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오른쪽엔 호찌민 북베트남 주석이 자리했고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국가부주석 옆에 섰다.
이를 두고 중국이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의 전략국가 지위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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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전승절의 주인공은 김정은”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편승해 군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간접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