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세 무직 청년 200명 조사 취업난에 대기업-고연봉 선호 옛말… “일단 들어가 경력 쌓자” 인식 늘어 ‘정규직 전환’을 최우선으로 고려… “눈이 높다” 기성세대 생각과 달라
서울의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 채용공고가 붙어 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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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째 취업 준비를 하는 홍모 씨(26)는 하반기 취업시장에서는 어디든 입사해서 경력을 쌓을 계획이다. 홍 씨는 “주위 선배들이나 어른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상반기에는 연봉과 직무를 많이 고려했지만, 이제는 뽑는 인원이 적어지는 게 느껴져 어디든 들어가야겠단 생각이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7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기준 20대 쉬었음 청년 수는 42만1000명에 달한다.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늘었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쉬었음 청년’의 주요 원인은 ‘눈이 너무 높다’, ‘곱게 자라 미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한다’ 등이 꼽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의뢰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조사한 ‘일 경험 있는 쉬었음 청년의 주요 인식과 행동 양상’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눈높이는 기성세대가 상상하는 것처럼 터무니없지 않다. 오히려 기본적인 조건과 최소한의 삶의 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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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19∼34세 중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 2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따르면 청년들이 일자리를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 기회’를 꼽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있다면 계약직이라도 입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일자리 규모 및 직원 성비, 동년배 비율 등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기업 아니면 안 간다’는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정부가 조사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 중 근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6%에 달했다. 대다수 ‘쉬었음 청년’들이 근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첫 직장에 취업하는 시기를 무한정 미루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스타트업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 씨(26)는 “직장을 선택하고 오래 다니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 성장 가능성”이라며 “연차로는 4년 차에도 최고경영자(CEO)나 임원과 직접 의견을 나누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처우도 호봉제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성과급제로 운영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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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2800만 원 이상 통근시간 1시간 원해
전문가들은 고용 서비스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쉬었음 청년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이 44조 원에 달하는 만큼 현재 고용서비스를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적극적 서비스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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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