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노동자 불안… 근로자 월급 10배 주택수당에 분노 음식 배달기사 경찰 장갑차에 숨져 전국 번진 시위 격화로 5명 사망 대통령 “주택수당 등 의원혜택 철회”… 시위대는 “양극화 -저성장 해결을”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회의원의 고임금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불에 탄 차량을 뒤집으며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틀 전 시위 현장을 지나던 오토바이 배달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이 진압에 나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자 시위가 전국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당초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취소했다. 자카르타=AP 뉴시스
인구 약 2억8000만 명으로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로 휘청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하원의원 580명에게 월 5000만 루피아(약 423만 원)가 넘는 주택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시위가 전국 곳곳으로 번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같은 달 31일까지 최소 5명이 숨졌다.
프라보워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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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가 넓고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자카르타로 온 하원의원들의 거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주택 수당을 도입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서민들의 어려움이 큰데 이미 많은 돈을 받는 의원들에게 왜 주택 수당까지 줘야 하느냐”며 거센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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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달 28일 시위 현장을 지나던 오토바이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 씨가 시위를 진압하려던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그는 평소처럼 음식 배달을 하던 중 시위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현지 언론에 “경찰 기동대 소속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갑자기 돌진했다. 아판 씨를 친 후에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깔아뭉갰다”고 주장했다.
아판 씨의 장례식이 치러진 후 지난달 30일에는 폭우 속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자카르타 경찰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해산을 시도했고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시위대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아마드 사로니 하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자택 또한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제2 도시 수라바야, 욕야카르타, 반둥, 파푸아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 섬에서도 학생들과 오토바이 기사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인도네시아 체류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 中 방문 취소한 프라보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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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내 친중국 정책을 펴고 있다. 집권 직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올 1월 ‘브릭스(BRICS)’ 에도 가입했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도하는 반서방 성격의 국제 기구다.
앞서 10년간 장기 집권한 그의 전임자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줄타기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조코위 전 대통령은 중국의 열병식에도 참석한 적이 없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임자에 비해 국정 장악력이 세지 않은 편이어서 이번 시위의 대처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가 계속되면 프라보워 대통령이 이달 중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