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같은 달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곧 종전 협상에 참여할 듯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만 질질 끌며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취지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이 국력과 군사력이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기대만 가지게 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이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갈등과 대립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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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총리 또한 “푸틴은 젤렌스키와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전쟁이 신속하게 종결될 것이란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동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종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부재 또한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해서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올 1차 및 2차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도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츠 총리 또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라고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Such an absurd question)”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종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다며 “살육을 끝내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세계 모든 이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으로 유럽을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에게 전쟁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협상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부분의 부담을 미국이 지게 하는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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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