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 수많은 취재진이 사다리를 놓고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웨스트 윙 앞에서 마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철저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백악관 웨스트 윙으로 들어선 순간, 한국 취재진은 절망했다. 여유가 있을 거라던 지원팀의 말과는 달리, 눈앞에는 5~6단짜리 사다리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외신 기자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보통 3단 사다리는 국내 사진기자들도 많이 사용하는 필수품이지만 높은 사다리가 줄지어 있는 광경은 낯설고 신기했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타고 온 커다란 GM 자동차가 마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을 가렸다. 게다가 미국 성조기까지 떡 하니 설치돼 있었다. 결국 보닛보다 높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사다리는 필수였다.
백악관 브리핑룸 사진 속 TV 왼쪽에 있는 파란 문이 오벌 오피스로 들어가는 입구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두 정상이 앉아 있었던 곳 바로 뒤에 미국 대통령의 ‘결단의 책상’이 있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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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그러나 이런 철저한 제한 속에서도 자유로움은 공존했다. 대통령 집무실 안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가장 낯설었던 건 대통령의 언론 대응 방식이었다. 한국식 기자 간담회는 대변인이 어느정도 개입을 하며 진행되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모두발언을 마친 뒤에도 대변인의 개입은 거의 없었고 모든시간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정해진 순서도, 사전 조율도 없었다. 목소리가 크고 질문이 뚜렷한 기자가 있으면 트럼프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답했다. 대통령과 기자 사이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통령이 직접 그것도 길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내는 풍경은 한국 취재 문화와 크게 달랐다. 정해진 순서도, 사전 조율도 없는 자유로운 질의응답 속에서 대통령과 기자의 거리는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오벌 오피스는 좁았지만, 그 안의 취재 문화는 결코 좁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