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관 후보자 2006년 제출 행정학 논문 3페이지 넘는 27개 문장 토씨 하나 안 틀려 학술논문 아닌 블로그 표절, 학술성에도 문제 후보자측 “기사 인용하면서 표시 소홀했던 것”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석사학위논문에서 기사나 블로그 내용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길게는 3페이지 이상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베껴 쓴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일선 대학에서 리포트를 작성할 때도 타인이 쓴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쓰면 표절로 보는 게 관행이다. 최 후보자가 연구 윤리를 담당하는 교육부 수장으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블로그나 기사 통으로 베껴
본보가 최 후보자가 2006년 12월 목원대 대학원 행정학과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매니페스토 운동에 나타난 정책공약 분석’을 카피킬러로 살펴보니 상당 부분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타인이 쓴 내용을 그대로 적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론적 고찰을 다룬 부분은 많은 곳의 문장 표절률이 100%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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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킬러에서 문장 표절률 100%로 나온 블로그 두 곳의 각각 2006년 2월 1일과 3일 게시글을 찾아보니 1일에 나온 기사를 긁은 내용이었다. 최 후보자는 해당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적었는데, 문장으로는 27개였다. 표절률이 46%로 나온 한 문장은 원문과 기호를 다르게 해서일 뿐 내용은 동일했다.
●학계 “표절”, 인청단 “연구윤리 엄격하던 시절 아냐”
본보는 이에 대해 국내 주요 대학 교수 몇 명에게 물었는데 모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아무리 교육부 훈령인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2007년 제정되기 전에도 학계는 최 후보자 같은 행동은 표절로 봤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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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표기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출처가 논문이 아닌 기사나 블로그가 대부분인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었다. 서울대 한 교수는 “학술 논문은 근거를 갖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블로그 인용 위주는 학술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사청문준비단은 “매니페스토 운동이 주제라 신문 기사를 인용하는 게 많았는데 인용 표시에 소홀했던 것”이라며 “연구 윤리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의 논문이라 그렇게 엄격하던 시절은 아니었다”고 했다.
한편 최 후보자가 지명된 뒤 교육부가 밝힌 프로필에는 공주대(옛 공주사범대) 국어교육학과까지만 있고 목원대 대학원 석사학위 내용은 빠져 있다. 온라인에도 최 후보자의 학력 사항은 공주대까지만 있다. 인사청문준비단 측은 “석사 졸업 사실을 크게 안 밝힌 이유는 특별한 건 없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원대 홈페이지에 초기화면에 걸린 배너. 자교 동문인 최교진 후보자의 교육부 장관 지명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목원대 홈페이지
목원대는 홈페이지에 ‘동문 최 교육감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명을 축하합니다! 교육의 새 시대, 목원대가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라는 배너를 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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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