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이태원 참사 출동 소방관 2명 비극
21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소방관 남모 씨(44)는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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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 요양 심사가 진행 중이던 2월 28일 남 씨는 고향인 고성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리고 3월 31일부터 5월 25일까지 질병휴직을 했다. 하지만 남 씨는 6월 중순경 인사혁신처로부터 공무상 요양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업무와 PTSD의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는 다시 장기재직휴가와 질병휴직을 냈는데, 이 기간에 사망했다. 유족 측은 소방당국과 협의해 공무상 순직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20일엔 이태원 참사 출동 이후 우울증을 앓던 인천 소방대원 박모 씨(30)가 실종된 지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도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2022년엔 9차례 병원 진료와 심리 상담을 받았고, 2023년부터 올해까지도 매년 한 차례씩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PTSD 경험 소방관 40%, “회복 프로그램 제공해야”
대형 참사 현장에 출동하는 일선 소방관들은 우울증과 PTSD 등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방관 6만1087명을 대상으로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3141명(5.2%)이 자살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4.9%)보다 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PTSD를 겪는 소방관은 4375명(7.2%), 우울증은 3937명(6.5%)으로 각각 전년보다 0.5%포인트, 0.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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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방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회복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관은 반복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수 한양대 협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부 신청자만 돌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상태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며 “미국처럼 참사 현장 출동으로 인한 강한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는 퇴직 후에도 평생에 걸쳐 치료를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성=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