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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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검사 출신의 이복현이 발탁됐을 때 이런 말이 돌았다. 윤 전 대통령이 장관급을 포함해 요직 3개를 제안했는데, 이 전 원장이 가장 자신 있고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금감원장 자리를 ‘픽’했다는 거였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라는 위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년의 임기를 다 채우고 떠난 이 전 원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기존 금감원장 역할을 한참 벗어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통령의 복심’답게 임기 내내 금융위원장보다 더 센 금감원장으로 통했고, 직무를 넘어선 돌출 발언으로 정책 엇박자와 월권 논란을 빚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흘리듯 감독·검사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금융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李변호인’ 7명 청문회 없는 요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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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금감원장에 학계나 정치인 출신이 발탁되면 파격 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대통령 최측근인 법조인 출신이 연이어 자리를 꿰찬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 ‘이복현 시즌2’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 놀이’를 질타하고 장기 연체자 빚 탕감, 100조 원 펀드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심복인 이 원장이 총대를 메고 금융회사 군기 잡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여연대·민변 등을 거친 이 원장은 금융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고 뚜렷한 경력도 없어 우려를 더한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을 지냈고 자본시장 회계 관련 소송을 맡은 적이 있어 문제될 게 없다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사회1분과장으로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맡았던 이 원장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감독 수장으로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내 편이라는 이유라면 검찰 선후배들을 요직 곳곳에 앉혔던 윤 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
이 원장을 포함해 새 정부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에 포진한 ‘이재명 변호인’은 모두 1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장동 5인방이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최근 7명의 변호사가 법제처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등 청문회 없이 임명만 하면 되는 요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을 변호한 데 대한 대가성 인사이자 임기가 끝나면 재개될 재판에 대비한 방탄성 보은 인사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의 ‘검찰 공화국’이 저무니 이재명의 ‘변호사 공화국’이 열렸다는 얘기를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금감원의 정치화’ 더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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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