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324쪽·1만8000원 을유문화사
당시 글짓기 대회는 1938년부터 1944년까지 총 7회에 걸쳐 열렸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사의 일본어 어린이 신문 ‘경일소학생신문’이 주최했다.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학, 경성일보 관계자들이 심사를 거쳐 우수작을 선정했다. 1∙2회 수상작은 ‘총독상 모범 문집’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때 어린이들이 쓴 글 중 일부를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와 연기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한일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여배우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1940년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수업료’를 알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이 제1회 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 수상작이다. 전남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에 다니던 4학년 우수영 어린이가 쓴 글이었다.
이 ‘수업료’를 시작으로 책은 어린이들의 글을 소개하면서, 아이들 눈에 비친 군국주의와 제국 식민지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글 중엔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수업료를 부탁하러 먼 친척에게 가기 위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걷는 얘기도 등장한다. 고양이를 기르고, 살림에 보탬이 될 돼지를 키우며, 방 정리를 안 했다가 혼나는 일상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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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