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와 김동혁 단장 채상병 특검, 2023년 8월 통신 내역 확보 당시 ‘임성근 경찰 이첩’ 軍검찰단이 반대
김동혁(왼쪽) 국방부 검찰단장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7.19. 뉴시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2023년 8월 13일과 14일 고 변호사와 김 단장이 전화 통화를 한 통신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결과를 재검토하고 있었다.
특히 13일과 14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과 마찬가지로 임 전 사단장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중간보고서를 작성 중이었다. 그러나 김 단장이 이끌던 군 검찰단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였고, 최종적으로 임 전 사단장은 경찰 이첩 대상에서 제외됐다. 군 검찰단의 의견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겠느냐”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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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고 변호사와 김 단장의 통화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개입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발언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임기훈 대통령국방비서관 등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 경찰 이첩에 대해 격노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다음 단계는 이를 넘어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고 변호사와 김 단장이 주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고 변호사를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국면뿐 아니라 채 상병 순직 외압 국면에서도 여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임 전 사단장 이첩 사건을 회수한 다음 날인 2023년 8월 3일, 고 변호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바 있다. 이들이 사건 수습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이다. 또한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김장환 목사, 이영훈 목사 등 개신교 인사들을 통해 고 변호사에게 구명 로비를 했고, 이 내용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한 뒤 지난달 18일 고 변호사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전반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고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채 상병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취재와 관련해) 할 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