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오클래스 코치가 서울 강남구 더논현스포츠센터에서 사이클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복무 시절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2004년부터 철인3종에 매진해 국내 최강자로 거듭났고, 2012년부터는 동호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만 오 코치는 사실 스포츠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스키와 스케이트, 수영 등을 해보긴 했지만 그리 잘하지는 못했다. 고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대학 체육과에 진학하려고 준비했고, 전문대를 거쳐 한국체대 사회체육과로 편입하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공군에 입대한 후 달리기 시작했다. 사단장 공관 관리병으로 배치됐는데 운전병과 둘만 생활하다 보니 시간 날 때 달릴 수 있었다. 그는 “비행장 한 바퀴 달리면 5km였다. 하루 일과 끝나고, 주말에 달리면서 그 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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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복학해서는 매일 새벽 12∼15km를 달렸다. 그는 “무언가 해야 했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쪄서 달렸다”고 했다. 라이프가드(수상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며 수영 실력을 키웠다. MTB(산악자전거) 수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67kg이던 체중이 58kg으로 줄었다.
2004년 5월 강원 강릉 경포대에서 철인3종 올림픽코스에 출전했다. 오 코치는 “당시 수온이 13도로 차가웠다. 그래서인지 수영 구간이 1.2km로 짧았다”고 했다. 2시간 13분 57초 5위로 완주했다. 그의 철인3종 첫 완주다.
“그때부터 철인3종에 빠졌어요. 재밌었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뒤 희열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이 다 특색이 다르잖아요. 어느 하나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죠. 그게 저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습니다.”
2007년 6월 제주에서 열린 슈퍼맨대회(수영 3km, 사이클 140km, 달리기 30km)를 완주한 뒤 그해 8월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그런데 사이클 155km 지점에서 펑크가 나 중도에 포기했다. 2009년 10월 충남 태안 국제그레이트맨 대회 철인코스에서 9시간 4분 21초로 1위를 차지했다. 철인코스 세 번째 완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철인코스를 포함해 출전하는 모든 코스에서 1, 2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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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코치는 올 초 산악스키 국가대표로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산악스키는 스키를 타며 눈 덮인 산을 오르내리는 고강도 스포츠다. 철인3종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참가 종목이 혼성계주였는데 여자 선수가 대회 직전 다치는 바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대회조직위의 선처로 혼자 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 출전했다”고 말했다. 공식 기록은 여자 선수가 뛰지 않아 ‘결장’. 그는 “산악스키도 철인3종처럼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 훈련 과정과 완주 그 자체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산악스키 알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