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구수동 ‘도마다리뼈다귀전문점’의 뼈해장국. 김도언 소설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뼈해장국은 한국 사회에서 다소 독특한 지위를 가진 음식이다. 결코 고급 음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주기적으로 먹어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구미를 돋운다. 근대 초입까지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한국인에겐 유독 뼈를 활용한 음식에 대한 집착이 있는 듯도 싶다. 세계에서 가축의 뼈를 한국인만큼 알뜰하게 식재료로 우려먹는 나라가 또 있을까. 사골이라고 해서 소뼈를 우려 설렁탕 등을 만들고, 돼지뼈도 고아서 각종 탕이나 면 음식의 기본 육수로 쓴다. 서양에선 정육을 하고 버리는 돼지등뼈가 한국에선 훌륭한 뼈해장국이나 감자탕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다 보니 1990년대 들어 외식기업들은 뼈해장국과 감자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도 상당수 뼈해장국집이 프랜차이즈 업체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드문 경우다. 개인이 뼈해장국집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재료인 돼지등뼈의 수급이 대량 단위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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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맛의 요체는 물론 정성이다. 등뼈를 받아서 손님 입에 들어가기까지 장장 17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물에 재우고 삶고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가장 감칠맛을 높일 수 있는 양념장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고(비법은 말 그대로 ‘비법·祕法’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행히 맛집으로 알려져 요즘 하루 평균 180kg 정도의 등뼈를 소비한다고 했다. 겨울철 성수기에는 그 이상도 나간다. 프랜차이즈 뼈해장국 업체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알려달라고 하자 박 대표 부부는 수줍게 웃으며 그저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직원들에게도 늘 정직을 강조한다고 한다.
박 대표 부부는 주변 친구와 지인 몇 사람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뼈해장국 레시피를 아낌없이 알려주고 장사를 돕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사업자 등록을 해서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으련만 가만 보니 이 집의 가장 큰 경쟁력은 주인의 욕심 부리지 않는 겸손함과 선한 마음 같았다. 우연히 찬모(饌母)들이 손님이 뜸한 틈에 식사하는 걸 봤는데, 박상훈 대표가 이들의 수저를 가지런히 상 위에 놓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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