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하나에 몇 십만 원… 캐릭터 인기에 가품 사기 기승 라부부 열풍에 숨겨진 이면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라부부 ‘덕후’임을 밝힌 리사. / 베니티 페어 유튜브
라부부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싱 룽(Kasing Lung)의 상상 속에서 태어난 장난기 많은 몬스터 캐릭터다. 2011년 중국인 최초로 벨기에 일러스트레이션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홍콩의 아트 토이 브랜드 ‘HOW2WORK’와 협업하며 본격적으로 그림 동화책과 피규어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요정과 몬스터가 공존하는 세계를 창조했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바로 라부부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닌 라부부는 겉모습은 개구쟁이 괴물 같지만, 사실은 남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종종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런 ‘허당스러운’ 면이 많은 이의 공감을 자극했다. 2019년 카싱 룽은 중국 토이 브랜드 ‘팝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라부부는 피규어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현재 하이라이트 시리즈, 나랑 놀자 시리즈, 마카롱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으며, 인형 종류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가격은 단품 기준 약 2만 원대부터, 플러시 피규어나 세트 구성은 10만~20만 원대를 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인형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전략이 소비자의 기대감과 수집욕을 자극하면서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극소량만 생산되는 ‘시크릿 에디션’은 뽑힐 확률이 1.39%에 불과해 리셀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었고, 라부부의 희소가치는 날로 높아졌다. 실제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2025년 6월 라부부 거래액은 전월 대비 121%, 전년 동기 대비 7711% 급증했다. 정가 12만8000원이었던 ‘라부부X프로나운스’ 협업 에디션은 최고 13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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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열풍에 불을 지핀 데는 셀럽들의 자발적 바이럴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블랙핑크 리사가 자리한다. 평소 라부부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그녀는 SNS에 라부부 인형과 함께한 사진을 자주 올렸고, 잡지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는 직접 라부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리한나, 킴 카다시안, 두아 리파까지 라부부를 자신의 스타일에 접목하며 열풍에 힘을 더했다.
라부부 신드롬의 빛과 그림자
라부부 작가 카싱 룽. / @kasinglung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최고가 130만 원을 돌파한 ‘라부부X프로나운스 판타지 날개 인형’ / @_pronou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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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X칼하트WIP의 협업 커스텀 룩을 입은 라부부는 경매 플랫폼 ‘주피터’에서 약 3120만 원에 거래됐다. / 주피터 제공
또 다른 문제는 모조품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라부부의 짝퉁 제품도 빈번히 유통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 상자 외관의 인쇄 선명도, 정품 라벨의 QR코드가 팝마트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지 여부 등 진품 구별 팁이 공유되면서 ‘정품 인증’이 또 하나의 소비 체크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라부부 열풍이 남긴 질문은 명확하다. 이 작은 인형이 정말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갖고 있어야 할 무엇’으로 과잉 포장된 또 하나의 트렌드일 뿐일까. 라부부의 미래는 결국 이 유행을 소비하는 대중의 태도에 달려 있다.
오한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