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NOW]일상화된 테이블링앱-인스타스토리 선택 영향 주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맛집 찾기, 알고리즘과 SNS의 융합 미식 지도 새로 그리는 모바일 세대
가수 지드래곤(GD)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주류 기업 ‘부루구루’가 협업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시리즈는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편의점 CU에서 두 달여 만에 600만 개 넘게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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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새로운 맛집을 가장 빠르게 발굴할 수 있는 방법은 신문 기사나 페이스북이었다. 셰프들의 프로필을 찾아 친구 추가를 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법이었다. 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첫 페이지를 보여주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이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개인들도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바일에 포지셔닝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에스프레소 바에서 샤케라토를 즐기는 모습, 스타벅스 굿즈를 수집하는 취미, 나만의 지비츠로 커스터마이징한 텀블러,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선택한 샴페인.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런 일상이 쌓여 내가 누구인지 보이는 요즘이다.
우리의 외식 풍경도 모바일 서비스가 많이 바꿔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신선식품을 냉장고에 정리하고, 어젯밤 유튜브에서 본 양배추, 계란, 곤약밥으로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점심은 내가 팔로하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다녀온 곳으로 가기로 한다. 나 빼고 다들 다녀온 핫플 같아서 왠지 빨리 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웨이팅하기 싫어서 테이블링 앱으로 미리 줄서기를 해두고, 가장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지하철 승강장 위치까지 기억해 두면 나갈 준비는 끝났다. 맛집에 도착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 한 장을 올려 두고, 채광이 좋은 자리에 앉아 인증샷을 남긴 뒤 음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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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캐치테이블의 ‘온라인 웨이팅’(왼쪽)과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는 컬리의 ‘실시간 인기 랭킹’. 캐치테이블·컬리 화면 캡처
요즘은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소프트 오픈이라는 것을 한다. 먼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레스토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올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인다. 매장 정식 오픈 2, 3일 전 팔로어 이벤트를 통해 사전에 테이스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뽑거나 인플루언서,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대해 바이럴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식 오픈일이 되면 그동안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어서인지 고객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신상품이나 새로 연 맛집, 팝업 등에 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현장감 있는 릴스, 쇼츠, 클립 영상을 올리면 이를 본 소비자들은 해당 업장을 찾는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식당은 콘텐츠가 꾸준히 쌓이면서 맛집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더욱 커진다.
2025년의 맛집 찾기는 알고리즘과 소셜미디어의 융합이다. 개인의 취향, 위치, 이전 방문 이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맛집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도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화제가 된 핫플레이스는 예약 대란으로 이어진다. 맛집 사장님들은 본인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매장 소개나 요리 과정, 신메뉴 론칭 소식 등을 꾸준히 공유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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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푸드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