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붙잡아 막아서고 있다. 2024.1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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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첫 사례로, 향후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국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윤 전 대통령)는 원고들에게 각 1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법원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 명백, 위자료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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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및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의 막중한 임무를 위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 수치심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가집행’을 명령해 위자료를 곧바로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가 계속 붙게 된다. 향후 항소심 등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원고들이 위자료와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이었던 이금규 변호사(채 상병 특검보)가 지난해 12월 SNS를 통해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며 시작됐다. 이 변호사는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로 소송 참여자를 105명으로 제한했고, 이후 중복 신청자를 제외해 참여자가 104명으로 조정됐다. 이 변호사는 “처음에는 동창 등 지인들과 시작했다가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수의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1만 명 참여 2차 손배 등 유사소송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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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후 제기될 유사 소송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배상 책임이 모두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소송에 참여했다고 해서 위자료를 반드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관련 사건으로 참고는 되겠지만 당사자들이 어떻게 증거를 제출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개별 사건별로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에도 국민 4000여 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위법행위로 분노 등을 느낀 국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