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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요, 오후 3시 같은 사람이에요.”
―윤제균 ‘해운대’
장마철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비 오는 날의 멜랑콜리한 그런 영화가 아니라,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가슴이 섬뜩해지는 재난 상황의 긴박함을 담은 영화, ‘해운대’다.
한여름 비치파라솔이 알록달록한 장관을 이루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쓸려나가고 광안대교가 붕괴되는 거대한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쓰나미급의 스펙터클만큼 이 영화에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건, 그 재난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평범한 인간 군상들의 따뜻함이 만들어낸 감동의 쓰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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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놀러 왔다가 구조된 뒤 형식에게 첫눈에 반한 희미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을 뭐라 그러는지 알아요? 당신은요…. 딱 오후 3시 같은 사람이에요. 진짜 어정쩡하잖아요, 오후 3시. 뭘 하기에는 너무 늦고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고….” 하지만 쓰나미가 드러내 준 것처럼 세상은 어쩌면 그 오후 3시 같은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고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폭염 속에 허덕이다가도 때 되면 어김없이 장마는 시작된다. 시원해질 참에 안타까운 재난도 반복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오후 3시 같은 사람들 덕분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