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내부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이 비상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객실 선반의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붙은 것이 화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원주 산업1부 기자
객실 선반에도 보조배터리를 두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불이 나면 최대한 빠르게 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객실에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 승객이 가득 찬 객실에서 산소를 차단할 수도, 소화액을 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된 소화기 등으로 승무원과 승객이 최대한 합심해 빨리 불을 끄는 게 거의 유일한 화재 진압 방법이다.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객실 안에서 ‘난연성 소재’가 아닌 물품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머리 위 선반이기 때문이다. 여객기 기내의 모든 구조물은 난연성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내장재와 좌석, 손잡이 등은 모두 일부러 불을 놓아도 15cm 이상 불이 번지지 않아야 하고, 15초 이내 저절로 꺼지는 소재로 제작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만약 배터리가 선반 안에서 불이 나면 다른 승객의 가방 등에 옮겨붙어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승객이 직접 보조배터리를 휴대하고 있으면 불이 나더라도 난연성 소재 덕에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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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의 휴대 용량이나 개수를 제한하는 건 비행기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인 화재 사고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준 배터리 1개 용량 100Wh(와트시), 휴대하는 모든 배터리를 합쳐 160Wh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1만 mAh(밀리암페어시) 용량의 보조배터리를 Wh로 환산하면 약 38Wh가 된다. 여기에 항공사별로 좀 더 엄격한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의 배터리 휴대는 용량이나 개수로 규제할 수 있지만 배터리 수출입 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화재 위험이 그렇게 크다면 대량의 배터리를 어떻게 운반할 수 있을까.
답은 ‘충전량’에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에서 제정한 권고 규정을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운송할 때는 충전량을 30% 미만으로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연구와 실험 결과 충전량이 이 정도라면 불이 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제품을 새로 샀을 때 충전이 많이 돼 있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운송 규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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