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성파’ 조직원 39명 붙잡아 고교 싸움꾼, 복싱-유도 선수 모아 합숙하며 “선배말 어기면 빠따” 강령 코인 자금 세탁-도박사이트 운영… 온라인 지하경제 발판 세력 키워
합숙소를 차려 놓고 온라인 도박과 보이스피싱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폭력조직 ‘진성파’의 단합대회 사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 “이탈자는 손가락 절단”… 합숙소서 흉기 연습도
17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진성파 조직원 39명을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집단 구성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두목 역할을 한 행동대장 40대 A 씨 등 9명은 구속했고, 해외에 체류하는 조직원 2명은 수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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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배우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에 나올 법한 합숙소를 운영하며 조직원을 관리했다. 복싱·유도 등 투기 종목 선수나 고등학교 ‘짱(싸움꾼)’ 출신 조직원을 모아 금천구의 숙소에서 공동 생활을 시킨 것. 조직원 경조사 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한 줄로 도열하는 이른바 ‘병풍’을 하거나 생수 통을 세워놓고 칼로 찌르는 등 흉기 사용법을 연습하기도 했다. 흉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비상 타격대’를 두고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조직원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거나 도피 자금을 제공해 감시망을 피했다.
● 코인 세탁-온라인 도박으로 돈벌이
진성파의 등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에 명맥이 끊긴 것으로 보였던 조폭이 온라인 도박 등 지하경제를 업고 다시 세를 불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폭이 등장했지만, 또래 친구들로 모인 점조직 형태에 그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조직범죄 형태의 조폭에 해당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진성파는 1980년대 참 진(眞), 별 성(星) 자를 따서 학교폭력 서클로 출발했다. 1990년대에는 유흥업소 갈취로, 2000년대에는 도박장 및 보도방 운영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단속이 심해지고 신규 조직원 유입이 끊기면서 조직이 와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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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023년 10월 한 특수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진성파의 합숙소를 발견했다. 이후 1년여 간의 수사를 통해 금천구와 경기 광명시 등에서 활동하는 조직 실체를 입증했다. 올 3월엔 거점 15곳을 동시에 덮쳐 조직원 10명을 체포했다. 이후 조직원을 차례로 검거해 최근 소탕에 성공했다. 다만 도박 사이트 등 지하경제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조직범죄의 온상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2019년 1만3064건에서 2023년 3만908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하경제를 통한 자금을 세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범죄를 막는) 핵심”이라며 “경찰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