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대구서 감성 여행] 과거-현재 어우러진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 ‘풍경 샷’으로 유명 아양기찻길서 보는 저녁 노을 압권 경주 최씨 집성촌 옻골마을도 명소
《산과 시간을 함께 품은 곳. 오래된 것과 반짝이는 현재가 나란히 걸어가는 곳.
빛과 시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대구 동구는 갓바위로 유명한 팔공산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 고요한 고분군 같은 역사 유산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또 도심에서는 도시와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대구 동구는 도시 전체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자, 그 자체가 여행이고 골목마다 카메라가 반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간 위를 걷는 여행, 불로동 고분군과 단산지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의 전경. 200여 기가 넘는 삼국시대 고분이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진 명소’다.
불로동 고분군은 대구 동구 불로동 일대에 위치한 옛 무덤으로 고분 200기 이상이 부드러운 물결처럼 펼쳐져 있다. 그 많은 고분은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마치 시간을 따라 줄지어 선 듯한 풍경을 만든다. 사적 제262호로 지정된 불로동 고분군은 신라계 무덤 양식을 따르면서도 독자적인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공간 전체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계절에 따라 억새와 들풀이 자라고 조용한 산책로가 고분 사이로 이어져 누구나 손쉽게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나홀로 나무’가 서 있는 고분 정상이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유명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인생샷 성지’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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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지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
단산지 둘레길은 약 4㎞. 봉무공원과 연결돼 있어 팔공산 둘레길로도 활용된다. 이곳은 동구의 ‘숨은 포토존’으로도 불린다. 둘레길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면에 비친 하늘, 나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기와 아래 연꽃 피는 옻골마을과 연꽃단지
옻골마을 전경. 대구 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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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엔 특별한 시설도, 눈에 띄는 조형물도 없다.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 그저 단정하고 소박한 느낌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한옥에 드리운 그림자, 나무 그늘 사이로 흘러드는 빛, 흙냄새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시간까지. 찍는 컷마다 인생 사진이 된다. 조선의 정취가 피사체가 되니 대구에서 가장 고요한 인생 사진 명소라 불릴 만하다.
반야월 연꽃단지의 연꽃전망대
매년 여름이면 수십 명의 사진작가가 이곳을 찾는다. 수천 송이의 연꽃을 찍기 위해서다. 연못을 중심으로 덱 길이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걸으며 연꽃의 향기를 마신다. 이른 아침, 햇살이 수면 위로 부서질 무렵 연꽃은 천천히 꽃잎을 연다.
반야월 연꽃단지에서 꽃잎을 활짝 연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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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기찻길을 걸으며 강을 보다
누군가는 걷는다. 나무가 있는 곳, 강물이 흐르는 곳을 걷는다. 그 끝엔 기찻길이 하나 있다. 걷기도 좋고 사진을 찍기도 좋은 곳. 아양기찻길과 동촌유원지는 걷는 이들에게 참 좋은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 사진’을 선물한다.
아양기찻길은 원래 기차가 다니던 철교였다. 1936년 처음 만들어진 이 철로는 70여 년간 실제 열차가 오갔다. 그러다 2008년 노선 변경으로 폐선되면서 기억에서 잊혔지만 2013년 철교 위에 덱과 전망대가 마련되면서 보행자 전용 산책로로 재탄생했다.
금호강과 아양기찻길의 야경.
아양기찻길의 백미는 노을이다. 해가 천천히 내려앉을 무렵, 철길과 강물은 붉은빛으로 물든다.
기찻길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동구에서 새로 조성한 미디어 파사드가 나온다. 올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이 미디어 파사드는 일몰 시각에 맞춰 매회 1시간 동안 연출되며 힐링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를 지나 금호강을 따라 걸으면 동촌유원지에 도착한다. 과거 대구 시민들의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였던 이곳은 2000년대 이후 자전거길과 산책로, 피크닉 명소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동촌유원지는 그 자체가 풍경이다. 강변 산책로와 자전거길, 피크닉존, 카페거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진 명소로는 수변 테라스와 석양 포인트가 손에 꼽힌다. 강물 위로 비치는 노을과 함께 찍은 한 컷은 동구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