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려식물 보급사업’ 외로움 겪는 시민에게 식물 보급… 원예치유 전문가가 방문해 상담 향수 제작 등 체험형 활동도 마련… ‘식물 클리닉’ 14곳으로 확대 운영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원예 치유 전문가가 어르신에게 반려식물 ‘안스리움’을 전달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는 우울감과 외로움을 겪는 시민의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운영 중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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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분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꽃이에요.”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혼자 사는 변다희 씨(70)의 집에 원예 치유 전문가 장희정 씨(56)가 들어서며 말했다. 장 씨의 손에는 관엽식물 ‘안스리움’이 심긴 화분이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은 변 씨는 밝은 얼굴로 “고마워요.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며 환영했고, 삶은 감자와 직접 만든 식혜를 내놓았다.
둘은 침대 옆에 나란히 앉아 두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웃의 취미부터 교회 지인의 건강까지 방 안은 이야기와 웃음으로 가득했다. 변 씨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항암치료까지 받으며 긴 시간을 힘겹게 견뎠는데, 이렇게 반갑게 찾아와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오늘 받은 꽃에게 매일 아침 ‘잘 잤니?’라고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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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자치구와 협력해 우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이 사업은 식물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예 치유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상담과 관리법 안내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 등 54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을 보급한다. 17개 자치구의 추천을 받은 대상자 가정에 민간 원예 치유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방문해 식물을 전달하고 키우는 방법을 안내한다. 제공되는 식물은 스칸디아모스, 율마, 오렌지재스민 등 관리가 쉬운 품종이다.
고립·은둔 청년 500명에게도 반려식물을 지원한다. 이 중 희망자 300명에게는 정서 회복을 위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년들은 식물 가꾸기와 관련한 민간 자격 과정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신청은 ‘청년몽땅정보통’ 홈페이지(youth.seoul.go.kr)에서 가능하다. 이 밖에 노동 취약계층 100명에게도 반려식물 1종이 보급된다.
야외나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꽃바구니 만들기, 허브차 시음, 향수 만들기, 비누 공예 등 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심신 회복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다.
● 아픈 식물 치료하는 병원도 운영
서울시와 자치구는 아픈 식물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해주는 ‘반려식물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곳에서 올해 14곳으로 운영처를 확대했다. 2023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지난해에만 1만4000여 건의 진단과 상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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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 또는 자치구별 클리닉에 전화로 예약한 후 식물을 지참해 방문하면 된다. 1인당 최대 3개 화분까지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용료는 무료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